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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특혜 수혜자와 도덕적 의무


유진수 교수는 며칠 전 한 유명 일간지에 게재한 글에서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 위에서 성공한 만큼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과 성공의 열매를 나누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귀속재산 불하, 특혜융자, 세금감면, 수입제한, 경쟁제한, 부품의 관세면제, 노조탄압, 시장환율보다 낮은 법정환율로 배정받은 외화 등을 특혜성 지원으로 꼽았다. 정운찬 위원장도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하면서 대기업에 대해 유교수와 유사한 비판을 한 바 있다.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이는 유교수의 주장은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가 초래할 결과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가 내린 결론이 성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정부의 특혜는 일부 기업만이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수입이 실질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쌀을 예로 들어보자. 이 경우에 혜택을 보는 사람은 농민-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사람은 대농민-이고 쌀의 소비자인 비농민은 그렇게 오랫동안 피해를 보고 있다. 개인택시 면허,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노령연금, 기초생활자보호, 이미 기금이 고갈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을 포함한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여기에서 그 수많은 정책을 모두 열거할 수조차 없다)도 특혜이기는 쌀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규제가 특혜를 받는 사람과 희생자를 만든다는 것은 다른 특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특혜와 희생의 크기, 특혜의 수혜자와 희생자의 대상과 규모 등이 모두 다를 뿐이다.


둘째, 정부가 성공한 기업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실패한 기업이나 개인에게도 특혜를 공평하게 나누어 주어왔다. 물론 정책을 집행할 당시의 규제 원칙에 따라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한 기업이나 개인에게도 그 특혜에 대한 의무의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정책이나 법령은 언제나 공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


셋째, 대기업들 뿐 아니라 개인들까지도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언제나 이득만을 보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통화량을 늘려서 이자율을 낮게 통제하면 붐(boom)과 버스트(bust)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들은 과오투자를, 개인들은 과소비를 하게 된다. 두 집단 모두에게, 인위적으로 낮게 통제된 이자율은 단기에는 약이 될 수 있지만 장기에는 독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과 개인들의 일부는 파산한다. 투자와 소비는 명시적으로는 각자의 자율에 의한 결정이지만 제도적-화폐와 금융 제도-으로는 정부의 책임이다. 파산한 기업들과 개인들은 누구에게 자신들의 불운을 보상받아야 하는가? 현재 존립하고 있는 기업들도 또한 대부분은 경기변동으로 각종 어려움을 겪는다. 그 정도는 모두 다르지만 말이다. 제3공화국 시절 정부의 강압에 의한 중화학공업 투자는 큰 실패로 그 막을 내렸다. 정부 정책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경우이다. 잘 살펴보면 이런 경우도 적지 않다.


넷째,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성과의 일부는 주주, 노동자, 심지어는 세금을 통하여 일반국민 등에게로 돌아갔다. 기업가가 성장의 과실을 모두 챙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기업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면 기업이 개인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정부의 특혜를 논의할 때 염두에 두어야 점은 강제력을 가진 정부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이다. 만약 정부가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런 특혜와 희생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특혜의 수혜자와 희생자가 아니라 정부의 강제력을 제한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섯째,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 중의 상당수는 망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공은 기업가 자신의 노력과 운에 의한 것이고 정부의 지원은 부차적인 점도 마땅히 고려해야 할 점이다.


일곱째, 초과이익공유제, 과실의 나눔 등과 같은 제도는 사유재산제라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각종 후유증도 작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지금은 그것을 모두 예상할 수 없지만 말이다.


여덟째, 특혜에 대한 대가를 강제로 징수하여 다른 집단들이나 개인들에게 수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또 다른 특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런 주장은 끝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혜택을 주는 규제나 법률, 예를 들어 살인을 엄벌하는 것도 있지만, 금전적 또는 비금전적 지원을 내포하고 있는 정부의 많은 규제나 법률은 언제나 일부 집단에게는 특혜를 주고 일부 집단에게는 피해 또는 희생을 강요한다. 그러므로 자유시장 원리를 신봉하는 연구자는 정부의 그런 각종 규제나 법률을 최대한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전적으로는(ex ante) 그런 제도를 만들지 말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제정된 정책이나 법률은 투명하고 평등하게 집행할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집단 간 갈등으로 평화로운 날이 하루도 없을 것이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ydjeon@daegu.ac.kr)


KERI 칼럼_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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