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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패러다임의 전환 없이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확보 어려워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은 작년 연말부터 부진의 조짐을 보이더니 올해 들어서는 매월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갈등은 환율전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내수중심의 경제구조라면 이 같은 대외환경의 급속한 악화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겠으나 수출의존형 개방경제 구조인 우리나라로서는 현 상황이 큰 리스크로 다가온다. 특히 당면한 최대 위협요소인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하여 정부는 소재·부품 국산화를 수년 내 달성하겠다, 중소기업 R&D 지원하겠다 등 다짐을 쏟아내고 있지만 필자에게는 공허하게 들려진다. 소재·부품의 대일 의존성 문제는 필자가 경제용어를 접하기 시작할 때부터 익히 들어온 한국경제의 취약점이다. 반세기 만에 극빈의 후진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기적적 성취를 이룩한 우리 경제도 수십 년 묵은 이 문제만은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의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은 우리나라를 압도한다. 2018년 기준으로 소재·부품 관련 상품群에서 일본과 한국의 수출금액을 몇 가지 비교해 보면 반도체부품 관련 수출규모는 일본이 한국의 약 2.9배, 기계부품은 3.5배, 전자공업용 화학물질은 3배, 정밀공작기계는 7.7배나 더 크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일본에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즐비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일본 장수기업의 평균 존속기간은 197.8년이라고 한다. 일본의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만 해도 20여 명을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의 최고령 기업의 존속연수는 120여 년이고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아직 없다. 이 차이가 지금의 한일 간의 격차를 만든 것이다. 단기간의 정책드라이브로 해소될 수 있는 격차가 아닌 것이다. 잠시 시계를 돌려 2013년 11월 어느 신문의 기사를 보자. “소재·부품산업, 일본 제치고 2020년 세계4강 목표”라는 제목 아래 “정부가 2020년까지 소재부품 분야에서 '타도 일본'을 선언했다. 소재산업이 튼튼해야...” 라는 내용으로 기사는 채워져 있다. 이렇게 이런 저런 노력을 하였지만 2020년이 바로 코앞인 상황에서 기사가 전하는 정부의 다짐과는 달리 우리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충격 앞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소재·부품산업의 대일 의존성 해소는 장기적 목표가 될 수밖에 없고 현재의 일본과의 갈등은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외쳤지만 크게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낸 것과 소재·부품산업의 취약성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소재·부품산업에서의 과도한 일본 의존에서 탈피하려면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정책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쏟아내는 각종 정부정책은 대증요법으로 점철되다가 위기요인이 사라지면 다시 흐지부지 되곤 하였던 과거의 실패사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까.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중소기업 보호’이다. 이 ‘보호’라는 단어가 강조되는 순간 중소기업 정책은 ‘기업복지’ 정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며 ‘정책자금 나눠먹기’가 빈번해진다. 경쟁력은 ‘보호’ 보다는 ‘경쟁’이 강조될 때 생기는 법이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정책은 과연 ‘보호’와 ‘경쟁’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어져 왔을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최소한 ‘경쟁’ 중심의 중소기업 정책을 펴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참고한 몇몇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R&D 지원사업의 개발성공률은 95%인데 비해 사업화율은 20~40% 중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소기업의 R&D 성공이 사업화와 연결되지 못하는 프로젝트에 많은 중소기업 R&D 지원금이 낭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R&D 지원과정이 보다 ‘경쟁적’이어서 실제 사업화의 성과를 내는 기업에 지원이 집중되는 과정이 상당기간 지속되었더라면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성공하지 못한 과거의 패러다임을 유지한 채로 소재·부품산업 육성에 자금을 쏟아 붓는다 한들 수년 뒤 기대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랜 기간 누적된 기술격차를 따라 잡으려면 단순히 투자확대로만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며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그나마 그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인식의 전환 없이 소재·부품산업의 취약성을 대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리려고 한다면 소재·부품의 높은 대일 의존도는 한국경제의 상수(常數)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t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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