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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작업의 편익과 비용


미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알래스카 주는 눈 치우는 기술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눈이 많이 오는 다른 주에서 알래스카 주로 눈 치우기 학습을 가는 사례도 많다. 얼마 전 제설작업에 관해서는 러시아가 으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모스크바에 눈이 75㎝나 내렸는데 쌓일 틈도 없이 신속하게 제설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황금팔’이라는 특수 장비가 소개되었다.


새해 초 서울에는 100여 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25㎝ 넘게 눈이 내렸다. 눈을 빨리 치우지 못한 서울시는 거의 마비상태였고, 이로 인해 당국에 비난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이번 폭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서울시는 과연 비난받아야 마땅한가? 또 앞으로 폭설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폭설을 효과적으로 치우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많은 양의 제설장비와 이를 관리ㆍ운영할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장비와 인력을 보유하는 제설부서의 유지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당면한 문제는 평소에 어느 정도의 제설장비를 유지하고 작업자를 고용하느냐는 것인데, 이는 제설부서의 유지에 따른 비용과 눈을 치움으로써 얻는 편익을 형량해서 결정될 것이다.1)


서울에는 눈이 그다지 자주 내리지는 않는다. 더구나 폭설은 흔치 않다. 이번에도 100여 년 만이라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서울시가 폭설에 대비해서 대규모의 제설부서를 유지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폭설 시 제설작업을 빨리 하지 못하면 도로가 마비되고,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또 생산 활동도 원활하지 못하여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제설작업이 잘 이뤄지면 이런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것이 곧 제설부서 유지의 편익이다.


정리하면 서울시가 폭설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비용은 장비와 인력 등을 포함하여 제설부서를 유지하는 비용이다. 반면에 편익은 눈이 내릴 확률에 그로 인해 발생할 손실(제설작업이 효과적으로 이뤄졌을 때 없앨 수 있는 손실)을 곱한 기댓값이 될 것이다. 이 기댓값이 비용보다 더 크다면 대규모 제설부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용 대 편익 측면에서 그런 제설부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서울에 폭설이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낮아 기댓값이 낮으므로 대규모 제설부서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폭설을 효과적으로 치울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서울시의 일부 또는 전체를 닫아버리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휴무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생산 등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그 손실이 폭설에 대비해 제설부서를 유지하는 비용보다 작다면 도시의 일부나 전체를 닫아 버리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서울시가 제설장비와 인력을 보유한 기업에 의뢰하여 제설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 경제에서 누군가 그러한 장비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서울시가 아닌 그 기업이 제설부서 유지의 비용을 치른다는 점만 다를 뿐,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전체 비용에는 변화가 없다. 물론 이런 장비와 인력을 보유하여 영업하는 기업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유지비용보다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주나 모스크바 시에는 눈이 자주 오고 양도 많다. 이 지역들이 대규모의 제설부서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 편익이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런 지역의 제설 솜씨가 서울시의 제설 솜씨보다 한결 나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번 폭설을 빨리 잘 치우지 못했다고 무턱대고 서울시를 비난할 일이 아니다. 서울시가 통상적인 강설량을 기준으로 제설부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yy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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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용과 편익은 모두 기대 비용과 기대 편익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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