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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 위기의 MB정부 교육개혁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2년이 지났지만 경제와 교육부문에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는 최근 홈페이지의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바람을 등에 업고 화려한 돛을 올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경제의 측면에서도 이제는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남지 않은 상황이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교육의 측면에서도 기본적으로 참여정부 때와 별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하였다.1)


‘삼불정책’에 비판적이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정책은 버젓이 살아있다. 이전에 삼불정책을 질타했던 현 정부의 인사들도 과거를 잊고 그 정책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우 실행하기 시작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부정입학’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언제 좌초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이 학교는 ‘자율과 경쟁’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에서 나왔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포함되어 있었던 ‘자율’을 표방한 교육정책이다. 우리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인수위원회 백서』에는 자율형 사립학교에 대한 야심찬 기획이 포함되어 있다.2)


출범 2주년이 지나면서 겨우 시작된 자율형 사립학교가 첫 번째 시행에서 ‘부정입학’의 온상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기획단계에서 ‘귀족학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이 학교의 아킬레스건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도입한 ‘20% 이상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뽑아야 한다는 교육부의 강제조항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급기야 미달 사태를 빚었고, 추가모집을 하는 과정에서 232명이 부정입학의 혐의를 받아 이 가운데 132명의 합격이 취소되었다. 미달 사태가 발생하여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예상한 학교들은 ‘기타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중 학교장이 추천한 자’라는 애매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자격이 없는 학생들을 추가로 뽑은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은 인구의 5.5% 정도이며, 차차상위 계층까지 합쳐도 10%가 넘지 않는 상황에서 자율고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채워야 한다는 조항에 원초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학비를 정부에서 부담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지원이 부진한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정원의 20%를 채우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손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교과부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더 근본적인 데 있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자율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늬만 ‘자율’이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는 ‘자율’이라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05조의 3’에 따르면 교육감은 ①국가ㆍ지자체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받지 않고 ②부령으로 정하는 법인전입금기준 및 교육과정운영기준을 충족하는 사립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ㆍ고시할 수 있다. 다만, 평준화지역의 고교를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할 경우에는 미리 교과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설립부터 타율이 개입된다.


뿐만 아니라 학생 선발에도 여러 제약이 있다. 모집단위는 기본적으로 광역자치단체의 범위이고,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는 학교 자율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하지만, 평준화지역은 시ㆍ도교육감이 입학전형방식을 결정한다.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많이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 ‘신입생 전형 요강’을 실제로 승인한 것은 서울특별시 교육감이다.3) 서울의 모든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일반전형의 지원자격은 “2010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 전형을 위한 중학교 졸업예정자 석차 연명부, 석차 백분율이 50% 이내인 자”로 동일하다. 서울시 교육청이 실제적으로 학생선발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필기고사 또는 교과지식 측정을 목적으로 한 입학전형도 금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자율형 사립고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해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4)


이번 입시부정의 문제는 ‘자율형’에 ‘자율’이 없어 발생한 것이다. ‘자율형’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정부가 모든 규제를 없애고 개별학교에 완전자율을 보장해야 한다. 공납금 책정권, 학생 선발방식을 교육부가 원격조정할 것이 아니라 개별 학교에 일임해야 한다. ‘자율’은 믿고 맡기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첫째, 교육개혁과 사교육비의 감소를 연계시키지 않아야 한다. 사교육은 현재 우리 문화의 특성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교육제도의 좋고 나쁨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평가가 존재하고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한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어도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통해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둘째, 어떤 정책이 부유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등의 비판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경제적으로 불우한 처지에 있는 가정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겠지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학생들이 자기 부담으로 좋은 교육을 받겠다는 의지를 꺾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최소한의 교육을 보장하면서 스스로 높은 교육비를 부담하고 좋은 교육을 받겠다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기관도 허용해야 한다.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교육기관이 등록금을 얼마를 받든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등록금상한제’를 철폐하고 삼불정책으로 묶여있는 기여금 입학도 허용해야 한다.


셋째, 교육개혁을 철저하게 준비하여 제도의 허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 없이 의욕만 앞세워 실행한 개혁정책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개혁의 명분 자체를 훼손하고, 사회적 합의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교육개혁에 작은 허점이라도 드러나면 곧 그 허점은 교육개혁 자체를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joongsop@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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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준구, 『이명박 정부의 2년』, 2010. 2. 27, http//jkl123.com

2)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백서: 성공 그리고 나눔』, 2008, p.172-173.

3) 교육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근거 법령 확정』, 교육부 보도자료, 2009. 3. 24.

4)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2조 제7항 및 제105조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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