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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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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변동성 확대의 리스크


지난 11월 3일 정부는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을 발표하였다. 8·25대책이 나온 지 2달여 만에 다시 부동산 대책이 나온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먼저, 8·25대책부터 되짚어보자. 8·25대책은 수요억제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공급조절정책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장기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은 단기적으로 주택공급이 감소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 과열 양상이 오히려 심화되면서 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어려운 거시경제 상황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광범위하게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다. 이 중 전년 대비 10.5% 증가한 건설투자를 제외하고 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대까지 낮아진다. 수출도 어렵고 민간소비가 위축된 우리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주택부문의 호조세에 바탕한 건설부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더욱 잘 알고 있는 시장 참여자들은 8·25대책을 규제 완화 유지 시그널로 받아들인 것이다.


저금리라는 강력한 시장 하에서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일본 모두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다양한 요인이 함께 존재하겠지만, 그동안 주택가격은 지속 상승하여 금융위기 전 고점을 회복하였다. 하지만, 건설부문에 기댄 우리나라 경제상황도 우려스럽고 주택시장 나홀로 열기는 더욱 우려스럽다.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한 우리나라 주택시장도 2013년 이후 낮은 금리 하에서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였고 이와 함께 주택공급이 빠르게 증가하였다. 특히, 주택공급 물량은 급격한 증가세다. 2014년 51.5만 호에 불과하던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5년에는 76.5만호에 이르렀다. 200만호 주택을 공급했던 1990년 이후 최대 물량이다. 이러한 증가세는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킨다는 측면에서 위험하다.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는 경제성장률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역할을 하겠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주택시장 경착륙 가능성 확대,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 등 다양한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여기에 2017년 주택시장 상황도 밝지 않다. 우선, 거시경제 여건이 안개 속이다. 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 금리 모든 부문에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가 승리한 미국의 대선 결과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거시경제가 어렵다 보니 가계의 수요 여력이 악화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실업률이 상승 중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가계의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유동성 공급에 따른 수요 확대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상승 기조로 변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금융권은 벌써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의 연내 도입 등 금융정책의 규제강화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공급은 증가하는데 수요는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2017년 주택시장의 가장 핵심 과제는 수요 진작이 어렵다면, 공급 물량 감축을 통해 변동성을 관리해야 한다. 예상보다는 강도 높은 청약 관련 규제 강화 정책이 포함된 11.3대책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또한, 부동산시장을 통한 경기부양보다는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시장 연착륙과 같은 정책 목표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11·3대책 이후의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과열양상이 지속되면 2단계 정책 수단을 즉각적으로 실행하여 추가적인 공급증가를 차단해야 한다. 최근 분양시장에 참여하는 상당수가 분양권 전매를 목적으로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 제약에 따른 일부 투자수요의 주택시장 이탈은 불가피하며, 장기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서는 단기 충격은 감내해야 한다. 둘째, 2015년부터 급격히 증가한 인허가가 2017년에는 준공이 도래한다. 2017년 도래하는 입주 증가에 따른 미분양·미입주 문제는 불가피하고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환매조건부미분양매입을 실시했고 비교적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포함하여 세제, 유동성 지원 등 다수의 정책 수단을 재검토해야 한다. 2017년은 미분양 문제의 초기 단계로 예상된다. 2018년 이후에는 추가적인 준공이 예정되어 있어 향후 단계별 정책 수단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금융 리스크 관리도 서둘러야 한다. 내년 하반기 이후 준공 증가로 분양자가 임차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기존 주택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신규주택시장과 재고주택시장 모두에서 하방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물량 집중에 따른 어려움으로 공급 리스크(미분양, 미입주 증가)의 금융 리스크(공급자·수요자 금융 부실)로의 전이 가능성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시스템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주택공급은 판매와 입주 사이에 2∼3년의 시차가 존재하고 택지 공급부터 고려하게 되면 더욱 장기간에 걸쳐 공급이 이루어진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선분양시스템을 활용하여 주택을 판매하고 있다. 선분양시스템은 분양시기의 수요상황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즉, 실제 공급과 판매 사이에 시차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단기적 과열이 다시 공급 증가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후분양에 비해 높다. 또한, 신도시 개발과 같은 대량주택공급방식도 단기적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대량의 주택이 한꺼번에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근간이며 과거 30여 년간 주택재고 확보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였다. 결국,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택공급의 기본 구조를 바꾸어야 경기 변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기침체기 때마다 후분양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선분양시스템을 고수했다. 그만큼 구조를 바뀌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후분양제로의 이동은 지난한 과제이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주택재고가 1,637만 호를 넘어섰고 거시경제에 미치는 주택시장의 영향력은 확대되었다. 이제는 주택공급 구조 변화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 것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ykhur@cerik.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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