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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제


얼마 전 허리통증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다. 평소에는 당연시했던 행동이나 자세들을 취할 때마다 허리로부터 전해져 오는 통증 때문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얼른 다시 드러눕곤 하면서 허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병원에 가 봐도 신통한 해결책이 없었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히 나타나는 증상이니 허리운동을 많이 하라는 조언만 들었다. 지금은 꽤 나아졌으나 언제 다시 도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견기업은 인체의 허리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해


한 나라의 경제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인체와 같이 경제도 성숙할수록 허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허리가 부실하면 조그마한 외부의 충격에도 경제가 휘청거리며 고통을 받게 되고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하는 것이 중견기업이라 할 수 있다.


중견기업 집단의 건전한 육성은 나날이 기술경쟁력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국가경제의 잠재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시급한 정책과제이다. 기술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연구개발 노력은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실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클수록 초기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러 연구개발 사업에 분산투자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견기업 집단의 성장은 경제의 혁신능력 제고 및 국가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


또한 대기업이 국제무역의 최전선에 서고 중소기업이 후방에서 보급부대 역할을 하고 있는 형태의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독자적 기술개발 능력을 보유한 든든한 중견기업의 존재는 국내 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특히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이 선진국의 7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정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의 육성 필요성을 더욱 강조해 주고 있다.1)


중견기업의 정의


중견기업의 육성을 논하기 전에 우선 잠시 어떤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저마다 보는 관점이 조금씩 다르고 기업의 특성이 종사자 수나 매출액 등 여러 지표로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기업을 중견기업이라 부를 것인지는 아직 엄밀히 정의된 바 없다.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견기업은 종업원 수 300~999명이면서 매출액 400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인 기업으로 정의된다. 한편 한국산업기술재단의 정의에 따르면 종업원 수 300~999명이면서 매출액 규모가 300억 원에서 5,000억 원 미만인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종업원 규모가 300~999인 사이이고 자본금이 1,000억 원이 안 되는 기업들을 중견기업으로 하자고 정부에 건의했다.2) 이처럼 종업원 규모, 매출액, 자본금 규모 등에 따라 다소 상이한 중견기업의 정의가 제안되고 있다.


이런 여러 정의 중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종업원 수 규모를 기준으로 우리 중견기업의 동향을 살펴보자. 통계에 따르면 종업원 수 규모로 분류한 중견기업의 사업체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인 제조업의 경우 1998년에 0.22% 수준이던 중견기업 비중은 2007년 들어 0.16%로 감소했다. 동시에 1,000인 이상 대기업의 사업체 비중도 0.07%에서 0.03%로 줄었다. 반면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사업체 비중은 0.12% 증가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는 이유들


이러한 통계는 중견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두 가지 숙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첫째, 성숙기에 있는 중견기업이 더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을 가능성이다. 둘째,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5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994~2003년 기간 대기업으로 성장한 중소 제조업체는 약 0.1%에 불과했다.3)


우선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왜 그리 찾아보기 힘든지 살펴보자. 현재 정부는 1,000여 개가 넘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중소기업기본법 등 총 13개의 법령을 근거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7년 정부통계에 따르면 정부 관련 총 185개 기관에서 1,361건의 사업에 약 19조 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4) 여기에는 자금조달, 기술혁신, 인력지원, 수출 및 판로 개척, 정보화 지원 등 다양한 측면의 지원이 포함된다. 문제는 현행 제도상 이러한 모든 지원이 중소기업 졸업과 함께 한꺼번에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5) 구체적으로 제조업을 예로 들면 현재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의 기업만이 중소기업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6) 이를 벗어날 경우 전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은 모든 정부지원의 상실과 함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고 더 많은 규제부담을 지게 된다. 그 중 몇 가지만 들어보면, 우선 최저한세율이 8%에서 11~14%로 늘어난다.7) 또한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 특별세액감면제도, 투자세액공제율, 생산성향상시설투자세액공제율 등 혁신능력 제고에 필수적인 여러 세제혜택이 크게 위축되거나 없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중소기업 졸업 시 조세부담률이 최대 7%p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조세부담의 증가와 함께 준수해야 할 규제도 늘어난다. 5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직장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ㆍ운영해야 하고, 지으려는 공장의 연면적이 200㎡가 넘을 경우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지역 등을 피해 지어야 하며, 자산이 100억 원 이상이 되면 주식회사는 외부감사인에 의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렇듯 경직적인 기업정책 구조 하에서 중소기업이 선뜻 자발적으로 사람을 더 고용하고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연구원(2007)의 조사 결과, 62%의 중소기업이 정부지원 혜택을 목적으로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유예제도 적용기업 중 58.9%가 중소기업으로의 복귀를 원한다고 밝혔다.8)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드문 이유는 중견기업의 투자행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숙기의 중견기업들은 원가절감, 공정혁신,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9)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은 연구개발 능력의 제고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의 투자행태를 살펴보면, 매출액이 커질수록 연구개발 노력이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견기업의 R&D 집약도는 1.4% 수준으로 대기업(3.1%)은 물론 중소기업(1.9%)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10) 특히 최근 3년 간 경영성과가 뛰어난 매출액 3천억 원 이상 중견기업들, 즉 성숙기에 접어든 중견기업들의 R&D 투자는 0.8%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11) 중견기업이 지속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능력 제고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에 대한 노력이 소홀한 것은 안정성 위주의 수익추구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많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개발 노력보다는 설비투자 확대를 통해 시장에서의 안정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안정적 수익추구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연구개발투자보다는 설비투자에 상대적으로 더욱 치중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중견기업은 투자자금의 70%를 설비투자에 지출하고 있고, 이에 따른 자금부담은 매출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12)


중견기업의 육성을 위한 제언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제언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각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중견기업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정책 대상의 명확한 규정은 효율적 정책 입안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정해진 기준을 바탕으로 국내 중견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체계적으로 벌일 필요가 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견실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도록 현행 이분법적인 기업정책을 좀 더 유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기본적으로 보호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어 중소기업 졸업 의지를 약하게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중소기업 범위기준의 지나치게 경직적인 적용은 성장하는 기업의 조세 및 규제부담을 증가시켜 기업의 성장 의욕을 꺾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R&D 조세혜택을 확대하여 연구개발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간접적 경영지원을 강화하여 원가절감, 공정혁신,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 등이 보다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성숙기에 이른 중견기업과 관련해서는 이들의 지속성장과 직결된 연구개발 활동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ph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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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상공회의소(2009),『중견기업 지원의 필요성과 정책 개선과제』, 정책건의자료.

2) ibid.

3) ibid.

4) 이재현ㆍ고승희(2009),『중소기업 지원 실태와 지원체계 개선방안』,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Vol.9, No.7.

5) 3년의 유예기간이 있긴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 졸업으로 빚어지는 지원 소멸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존재한

다기보다 단기적 시장상황 변화로 중소기업 범위에서 벗어난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6) 규모 기준 이외에 소유권 독립에 대한 기준도 병행하여 충족시켜야 한다.

7) 2009년 귀속.

8) 대한상공회의소(2006).

9) 삼성경제연구소(2005),『일류 중견기업의 성공요인』, CEO Information 제502호.

10) 조영삼(2009),『중견기업 육성 논의의 현황과 과제』, 제2회 산업경제포럼 발표자료.

11) 고성진(2009),『중견기업 R&D투자 유인을 위한 정책방안』, 기술정책리포트, 기술과 정책, pp.62~65.

12)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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