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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클럽메드와 구글의 사과나무


“세계 각국 리조트, 럭셔리 빌라와 샬레에서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를..!” 프랑스의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으로 유명한 클럽메드(ClubMed)의 광고이다. 일 년 중 다만 1주일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에게 이보다 더 달콤한 문구가 있을까 싶지만 최근 클럽메드의 재정상황은 그리 달콤한 상황이 아니었다. 1950년 벨기에 출신의 수구 챔피언 제라드 블리츠가 휴양을 위해 마련한 소규모 빌리지가 발전되어 1990년대 럭셔리 휴양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글로벌 마켓의 경쟁 심화와 유럽 재정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M&A 시장에 나오고 말았다. 이러한 리조트 시장의 대어를 낚은 것은 중국계 자금이다. 중국 창업투자회사 푸싱(複星)그룹이 프랑스 사모펀드 악사(AXA)와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클럽메드를 인수하면서, 세계 M&A 시장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M&A 전략이 화제가 되고 있다. 또 다른 중국기업 광밍(光明)식품은 이스라엘의 최대 유제품 업체와 영국의 시리얼 업체의 지분을 60% 넘게 사들이며 세계 가공식품시장을 정복하고 있다. 한편, 최근 일본의 동남아시아 M&A 시장에서의 기업인수 성과는 ‘싹쓸이’라고까지 평가될 정도로 활발하다. 중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유럽재정위기 이후 약화된 유럽계 자금을 제치고 세계 M&A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과는 어떨까? 중국계 자금이 지난 2013년 세계 M&A 시장에서 1,841억 달러(약 187조원)에 이르는 거래를 성사시킬 동안 한국의 자금은 414억 달러(약 42조원)에 불과한 것을 보면 해외 M&A 시장에서 매우 소극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12건의 해외 M&A를 성사시킨 반면 같은 기간 구글과 애플은 각각 96개와 28개의 기업을 인수했다는 통계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어 현금 유보규모에 따라 과세한다고까지 하는데도 기업들은 왜 이러한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걸까? 국내 기업들이 M&A나 투자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경기 불확실성에 있다. 하지만 M&A를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은 대기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이다. 대기업 M&A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는 ‘계열사 편입 시 규제적용’, ‘증손회사 지분율 규제’, ‘역삼각합병 불허방침’ 및 ‘금산분리규제’ 등은 국내 시장은 물론이요 국외 M&A 시장에서도 자유롭게 인수전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최근 정부에서 국내 M&A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올해 국내 M&A 시장규모가 50조에 이른다는 전망치가 있지만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경제민주화 등의 사회적 움직임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이 계열사 간 지분정리와 사업 통합 등 내부 구조조정에 상당한 재정을 할애하고 있고 괜히 ‘대기업 몸집불리기’, ‘재벌 총수의 문어발식 지배력 확장’이라는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에서 발표한 M&A 활성화 방안은 대부분 사모펀드(PEF)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결정된 것이고 대기업 규제와 맞물려 있는 경우는 기업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대기업이 현금을 쥐고도 참여할 수 없는 M&A 진입장벽을 허물어준다면 굳이 현금보유에 과세하면서까지 투자를 강제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기업이 M&A 시장에 참여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기적 투자이익에 주목적을 둔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시장에서의 활약만으로는 기업이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과나 기업의 영속성, 발전 가능성에 더 역점을 둔 기업 간 인수합병시장이 활발히 작동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기업생태계와 경제 활성화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 수 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창조경제로 벤처가 마구 쏟아져 나오고 중소기업,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환경에서 출구시장(Exit Market)을 통한 투자금회수도 가능해야하는데 국내 M&A 시장이 바로 출구시장(Exit Market)으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 주는 것이다. 대기업의 탄탄한 자금력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기술투자와 체계적인 경영 노하우가 M&A 시장을 통한 창의벤처의 성장을 지속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 벤처기업도, 대기업도, 국가경제도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이다.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은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성장에 주력하고 있는데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사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 중 대부분(2014년 3월 기준 약 35조원의 현금보유액 중 약 30조원)을 M&A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급변하는 현대 정보기술력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다양한 성장엔진을 확보하려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작은 벤처에 지나지 않으나 창의적 아이디어와 새로운 아이템을 갖춘 유망한 신생기업들을 인수함으로써, 침체기에 있는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때가 되면 그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사과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이 재벌비판과 각종 규제에 묶여 주춤하고 있는 동안 중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해외 M&A 시장에서 알짜 기업을 인수하여 글로벌 마켓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경쟁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전통 브랜드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 발맞추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까 두려워하는 것이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란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mkim953@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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