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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정책과 경쟁정책


최근 여러 정부 부처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경쟁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중소기업 정책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중소기업 정책은 시장과 분리되어 오로지 보호라는 관점에서, 중소기업에 얼마나 많은 재정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중소기업 정책과 경쟁정책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경쟁법의 목적과 중소기업의 보호


1890년 미국의 셔먼법 제정과정에서 입법자들은 중소기업의 보호(protection of small and medium sized company)가 경쟁법의 주요 목적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당시의 경제학은 오늘날 우리가 경쟁법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계량중심의 후생경제학(welfare economics)이 주류인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논의의 모습은 상당히 규범적이고 철학적인 논의였다. 당시에도 중소기업의 보호와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것은 경쟁법의 목적을 불분명하게 하는(blurring)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고 지금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종결되지 않았다.


미국의 입법자들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경쟁정책이 중소기업의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고민을 하였고 양자가 관련성을 가질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 경쟁정책의 목적과 관련된 논쟁은 상당부분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IT산업에서의 경쟁과 파괴적 혁신


시장경쟁의 관점에서 중소기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은 IT산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IT산업은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경쟁의 기초가 우리의 생애 내에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경쟁법의 초파리(?)와 같다. 초파리가 생명공학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유가 초파리는 모두 8개의 염색체만을 가지고 있고 수명주기가 2주 정도에 불과하여 쉽게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IT산업에서는 회사차원에서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우리 생애 내에 창업되어 성장하고 성숙기에 접어든 회사들을 볼 수 있으며, 애플과 같이 극적으로 재기하는 회사도 있다. 한편 기술차원에서 보면 컴퓨터는 1990년대에 XT와 같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없는 컴퓨터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컴퓨터와 같이 놀라운 기술혁신을 이루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용화가 쉽지 않다고 했던 LCD텔레비전 기술이 이제는 보편화되었다.


IT 기술혁신의 많은 경우는 도전자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애플의 경우를 들어보자. 아이팟 이전의 애플은 지금의 애플이 아니었다. 그들은 셔플(Shuffle)이라는 플레잉데크(playing deck)가 임의로 재생을 하는 당시로서는 기술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기술자들의 관점에서 뮤직 플레이어는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높은 음질로 내놓는, 그러면서도 저가로 공급하는 것이 기술경쟁의 방향이었다. 결국 셔플은 기술적인 우수성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독창성으로 성공하였다. 경영학자들이 분석하는 아이튠스(i-tunnes)와의 결합을 통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등 여러 가지 성공요인이 있지만, 이러한 성공요인들의 바탕은 애플이 기존 시장에 도전하는 입장에 있었다는 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본다.


MP3 열풍을 주도한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라는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기존의 CD 중심의 음반시장을 붕괴시킨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주도한 회사이다. 대기업이란 누군가. 동태적인 시장점유율은 사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예측에 불과한 것이며, 대기업이라는 자산이건 시장점유율이건 현재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현재의 경쟁상황에 가장 잘 적응한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기업들에게 기술혁신을 통한 기존 시장 파괴는 자기부정을 요구하는 것이 된다. 물론 대기업들도 끊임없이 자기부정을 요구당하지만 내부적인 핵심시장(core market)의 이동은 쉽지 않다. 이는 대기업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놀라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MSR(Microsoft Research)의 경우를 봐도 평면 터치형 장치인 서피스(Surface)나 가상화(Virtualization)에 대한 기술들이 시장에서 최근 얼마나 상용화하고 있는가를 보면 스스로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조직의 내부에서는 새로운 조직이 성장하기 어렵다. 더구나 기존 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은 모험인 동시에 기존 조직에 근무하는 인력에게는 실직을 의미할 수도 있다.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여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는 않다.


중소기업과 파괴적 혁신


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세력은 결국 중소기업들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들이 더 이상 혁신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윈도우 끼워 팔기 소송에서 윈도우가 제품의 혁신이 늦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이상 기술혁신을 수행하여야 할 경제적인 유인(incentive)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 복합적인 기술개발의 속성을 왜곡한 면이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앞서 초파리의 경우처럼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줄 수 있으므로 윈도우나 익스플로러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윈도우나 익스플로러와 같은 제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새로운 버전을 채택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7’을 출시해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윈도우XP’ 사용자가 많다. 그러면 제조사는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점차 복잡한 소스코드(source code)를 가진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술개발을 위한 자원의 소요는 선형적(linear)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동일한 자원을 투여하면 당연히 기술개발의 속도는 저하된다.


이와 달리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라도 신생기업들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들은 새로운 그림을 깨끗한 백지에서 그릴 수 있다. 바로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파괴적 혁신은 IT산업의 경우 끊임없이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과 같이 이루어지지만 이를 지속시키는 동력을 제공하지 않으면 쉽게 소멸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파괴적 혁신을 수행한 중소기업들이 있지만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시장을 뒤흔든 혁신은 초기에 폭발적인 수익성을 가지기 어렵다. 어떤 제품이건 시장침투(market penetration)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 수요가 폭발하는 변곡점(point of inflection)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후 시장이 개화되고 나면 시장이 제조가격 경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때 정작 시장을 개척한 혁신자들은 시장에서 축출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속성상 도전자들이 많은 금전적인 자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대체로 작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혁신성에 대한 사회적인 보상(social reward)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제공해야만 시장에서의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회적 보상체제가 바로 지적재산권 제도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에서 논의하는 ‘지적재산기본법(안)’은 이런 중소기업 정책과 기술혁신 정책, 그리고 경쟁정책의 접점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적재산기본법(안)과 관련된 논의에서 한국의 미래 생존 터전이 되는 중소기업과 관련된 이와 같은 논의가 담기길 기대한다.


최승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lawntech@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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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중 3쌍이 상염색체이고, 1쌍이 성염색체이다. 반면 사람은 모두 23쌍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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