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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 방송사 분쟁의 법경제학


모든 법경제학 교과서에 소개되는 두 편의 논문이 있다. 하나는 코우스(Coase)의 'The Problem of Social Cost'이고 다른 하나는 카라브레시(Calabresi)와 메라메드(Melamed)의 ‘Property Rules, Liability Rules, and Inalienability'이다. 전자는 외부성(externality)의 해결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후자는 분쟁의 해결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원칙(legal rule)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논문이다.


법경제학자들이 제안한 외부성 해결방안의 가장 효율적 방법은 당사자 간 협상


코우스에 따르면 외부성을 해결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당사자 간 협상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피구(Pigou)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방식과 구별된다. 코우스 이전의 법률가들은 외부성을 유발하는 경제주체에 제재(制裁)를 가해서 외부성을 억제하였다. 피구 조세(Pigouvian tax)는 하나의 예(例)이다.


<표 1> 코우스 정리

<표 1>은 코우스가 예로 든 철도회사와 철로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 간에 발생하는 외부성이다. 이 사례에서 사회적으로 최적(最適)은 하루에 1대의 기차를 운행하는 것이지만 철도회사는 농부의 피해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2대를 운행한다. 피구는 농부의 피해에 해당하는 세금을 철도회사에 부과하면 기차 수를 1대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코우스는 철도회사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협상을 통해 기차 수는 1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하였다. 기차 수가 2대에서 1대로 줄면 농부의 피해는 60원 감소하지만 철도회사의 이윤은 50원 감소하므로 농부가 철도회사에 50원 이상만 지급하면 양자(兩者)가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카라브레시와 메라메드에 의하면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정부(법원)가 해야 할 일은 권리(entitlement)의 소유자와 권리의 보호(protection)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권리는 가해자(외부성을 유발한 사람) 혹은 피해자(외부성의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 주어질 수 있다. 권리를 보호하는 방식에는 법원이 결정한 손해액을 배상받는 것(손해배상)과 외부성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금지청구권)이 있다. 결과적으로 네 개의 법적 규칙이 만들어지는 데 이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표 2> 카라브레시와 메라메드가 제시한 법적 원칙


규칙 I과 규칙 II의 단점은 거래 비용이 클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간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리를 가지고 있는 쪽에서는 협상을 거부하고 금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반면, 규칙 III과 규칙 IV를 적용하려면 법원이 손해액을 산정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법원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분쟁의 특성 상 협상이 쉽지 않은 경우에는 규칙 III과 규칙 IV를, 법원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손해액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규칙 I과 규칙 II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지상파-케이블 방송사 분쟁은 협상보다 법원의 저작권료 산정이 더 효율적


지난 한 주(週)간 케이블 방송사는 저화질의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였다. 지상파 방송사와의 저작권 협상이 여의치 않자 압박 수단으로써 고화질 방송의 송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하고 있으나 지상파 방송사가 받으려는 금액과 케이블 방송사가 지불하려는 금액의 차이가 커서 분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는 대가로 케이블 방송사는 시청자 한명 당 100원을 지불하겠다고 하나 지상파 방송사는 280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송출에 따른 저작권이 문제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95년 종합유선방송이 시작된 이후 케이블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는 대가를 지상파 방송사에 지불하지 않다가 2007년 저작권료에 대한 협상이 시작되었으나 결렬되었다. 2009년 1심(審)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패소하였으나 2011년 6월(2심) 지상파 방송사가 승소함으로써 저작권이 인정되었고 같은 해 10월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간접강제청구도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케이블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사와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거나 아니면 지상파 방송의 송출을 중단해야 한다.


이번 분쟁과 관련해서 법원은 케이블 방송사가 지상파 방송을 송출할 경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저작권료는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하라고 판시하였다. 법원은 규칙 I을 적용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로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 방송사의 송출을 금지하는 권리를 가지게 되었으나 이는 양날의 칼이다. 케이블 방송사 역시 저화질의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송출을 중단함으로써 지상파 방송사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은 거래 비용은 크지만 손해액의 산정이 비교적 쉽고 정보가 충분한 경우에 해당된다. 환경 소송에 비하면 손해액의 계량화가 용이하고 시청률이나 광고 단가 등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작권료의 결정을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의 협상에 맡기기보다는 법원이 저작권료를 산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법원이 규칙 I을 적용하고 간접강제권을 허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협상력이 커졌고 케이블 방송사는 대등한 협상력을 가지기 위해 시청자를 볼모로 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게 되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의 협상이 결렬되고 케이블 방송사가 공중파 방송을 송출하지 않게 되면 지상파 방송사는 저작권료를, 케이블 방송사는 광고료를 잃게 된다. 이는 케이블 방송사가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는 것이 양자에게 이득이 된다는 코우스의 주장과 통한다. 또한, 거래 비용이 클 경우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의 협상보다는 법원이 저작권료를 산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카라브레시와 메라메드의 주장이다. 이번 분쟁의 원인과 해결책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오정일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jo3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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