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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경로무임승차권’은 ‘경로우대할인권’으로 바뀌어야


복지정책의 맹점은 수혜자는 복지를 공짜로 생각하지만 그 비용은 누군가가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은 복지정책의 맹점을 찌르는 멋진 표현이라 할만하다.


언젠가 ‘경로무임승차’ 수혜자인 친구들이 전철에서 ‘경로무임승차’ 문제를 놓고 얘기하고 있었다. 모든 경로 대상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무임승차제도는 잘못된 제도라는 쪽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러자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한 사람이 버럭 화를 내며 싸움을 걸어왔다. 그 사람은 ‘그 좋은 제도를 왜 없애야 하느냐?’고 험한 얼굴로 시비를 걸어왔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내 친구는 사죄하는 형식으로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경로무임승차’는 문자 그대로 공짜다. 공짜로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공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다. 설사 내가 돈을 안 낸다고 해도 내 아들이, 내 가족이, 내 친척이, 누군가가 내 대신 돈을 내게 되어 있다. 돈 내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경로무임승차로 지자체 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로무임승차로 인한 부채를 놓고 서울시는 해마다 중앙정부에 국고보조금을 신청해 왔고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 등은 ‘무임승차 비용의 국가부담’을 명시한 도시철도법 개정법률안 입법을 발의를 한 적도 있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당장 바로잡지 않으면 곧 큰 코 다치게 될 것이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무임승차 관련 적자 누적 내용을 보자. 2005년 무임승차 인원은 1억8,451만 명이었고, 무임승차 요금은 1,661억 원이었다. 2005년 서울시 지하철 부채는 4조1,321억 원이었는데, 이 중 운영부채는 1조6,041억 원으로 운영부채에 대한 무임승차 요금 비율은 거의 10%나 되었다. 이 비율이 유지될 경우 2010년 무임승차 요금은 무려 3,64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신청한 2007년도 국고보조금 신청액 중 85%는 경로무임승차와 관련된 것이었다. 고령화로 인해 무임승차 비율과 지하철 부채가 빠르게 증가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하철 경로무임승차는 전두환 정부가 1984년 5월에 처음 실시한 후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를 거쳐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중앙정부가 복지정책 차원에서 경로무임승차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오늘날 지방정부 부채 증가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도입 당시에는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로무임승차로 인한 지방정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계속 세금으로 보전하든가, 중앙정부가 국고보조금으로 보전하든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유료화해야 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있을 수 없다.


만일 중앙정부가 서울시의 국고보조금 신청과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를 받아들여 ‘무임승차 비용의 국가부담’을 조세수입으로 책임지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첫째, 국가가 ‘경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통문제까지도 책임을 지게 되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인 한국에서 모든 경로자를 ‘경로우대자’로 우대한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지하철을 가진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에 무임승차 비용의 국가부담을 무더기로 요청하게 되면 조세부담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근로계층이 조세부담을 떠맡게 된다. 셋째, 중앙정부의 국고지원은 지하철을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조세부담을 가져오게 되므로 형평성을 잃게 된다. 넷째, 빠른 고령화로 인해 시세(市稅)든 국세(國稅)든 정부보조는 머지않아 감당할 수 없는 때를 맞게 되고 만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KTX 등은 경로우대할인 30%를 적용하고 있고, 서울시는 최근까지 구청이 65세 이상 경로에게 매달 교통비로 1만2천원을 지급해 왔는데,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경로무임승차권’은 폐지하고 대신 ‘경로우대할인권’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단 장애인, 국가유공자,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인 경우는 예외로 하고, 나머지 경로에 대해서는 현행 요금의 절반수준으로 할인 우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로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회든 정부든 서울시든 누구라도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듯’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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