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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의 정책은 무조건 반자유주의적인가?


6ㆍ2 지방선거가 끝나고 지자체 단체장과 교육감 등이 취임하면서 선거를 통한 변화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의 의결을 통해 백지화된 것도 이번 선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번 선거가 수도분할과 자족기능의 미비라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세종시 원안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선거로 인한 변화는 세종시와 같은 국가적 대사뿐만이 아니다. 소위 진보교육감이 6명이나 등장하여 우리 교육의 미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1)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여 정당 공천을 배제한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교육감들을 보수교육감과 진보교육감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역설이다. 강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보수’와 ‘진보’라는 말이 교육과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이 정치와 분리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파는 보수, 좌파는 진보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수는 자유주의, 진보는 반자유주의를 연상하지만 이런 구분이 통용되지 않는 현상이 교육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곽노현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전형적인 진보교육감이고 그의 교육정책은 반자유주의적일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그의 모든 교육정책이 그런지는 의문이다. 보수교육감이 제시한 정책은 무조건 우파 자유주의적이고, 진보교육감이 제시한 교육정책은 무조건 좌파 반자유주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진보교육감의 등장으로 지역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 갈등이 시작되었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교육감은 교원평가제ㆍ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ㆍ학생인권조례 등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입장이 맞서고 있다. 진보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제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반대하고 나섰다. 김승환 전라북도 진보교육감은 지난 6일 교원능력평가제 폐지를 고시했다. 또 김승환 교육감이 취임한 전라북도 교육청과 민병희 진보교육감이 취임한 강원도 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을 보지 않을 학생을 위해 다양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급학교에 내려 보냈다.2) 곽노현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학생들의 자율권과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진보교육감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을 세웠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원평가를 교육청이 반드시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 즉 그것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권한인가 아니면 교육청의 권한인가는 법이 밝혀 줄 문제지만 법을 떠나 어떤 것이 자유주의 정신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보수 진영의 논리에 따르면 진보교육감은 전교조와 친화성이 있으며, 전교조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자유주의적이기 때문에 친전교조적인 진보교육감에 맞서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이 더 자유주의적이라는 결론이 나오지만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자유주의와 관련하여 정책 결정의 주체를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 더 자유주의적이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보다는 지역 교육청이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 더 자유주의적이다. 따라서 교육정책에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자유주의적인 관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구체적인 정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지역 교육청이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유주의자가 지방자치를 지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진보교육감들은 표집 방식을 바꾸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위임사무인 일제고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제고사의 정신을 살리되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일제고사를 원하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다면 그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일제고사를 보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3)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과 비교해 더 자유주의적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더 자유주의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실현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같은 학교의 학생들 가운데 어떤 학생은 참여하고 어떤 학생은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행정적 비효율이 따른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결정권을 단위 학교에 위임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선택한 학교에 들어가고, 그 학교에서 결정한 대로 따라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행정적인 비효율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하려고 하는 학생인권조례에도 자유주의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학생 체벌ㆍ두발 제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려는 조항이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의 두발과 체벌 금지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아니라 개별학교의 선택으로 넘기는 것이 형식적으로는 더 자유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교원평가도 국가가 아니라 교육청이, 교육청이 아니라 개별 학교가 결정하는 것이 더 자유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ㆍ교원평가ㆍ학생인권조례 등의 결정 주체가 법적으로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게 되면 교육과학기술부와 지방 교육청의 충돌이 정리되겠지만, 자유주의자들은 그것의 형식적 절차와 함께 내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교육정책의 주창자나 주체가 교과부나 보수 진영이면 무조건 자유주의적 정책이고, 교과부와 보수 진영에 맞선 진영의 정책은 무조건 반자유주의적 정책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시대가 이제 지나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렇게 변한 현실에 자유주의는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시대가 도래하였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joongsop@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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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수와 진보의 명칭 문제에 있어 ‘좌파’를 ‘진보’라고 부르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 있지만, 통상적인 방식에

따라 진보교육감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한다. 언어의 의미는 그 언어가 사용되는 맥락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 윤석만, 『교과부-진보교육감 정책 갈등 불붙었다』, 동아일보 2010년 7월 7일자.

3) 한겨레 사설, 『교과부의 일제고사 강요는 ‘교육자치의 부정’이다』, 2010년 7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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