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소통

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진화하는 디지털경제와 규제 및 보호로 퇴행하는 아날로그 정책


디지털화는 글로벌 생산구조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아무리 복잡한 생산 공정과정도 쉽게 코드화 할 수 있고, 코드화된 정보를 세계 곳곳에 있는 다양한 기업들에게 전송하여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노동자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면서 모든 부품을 단일 생산 시설 내에서 생산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이다. 아이패드가 애플의 이름을 달고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에 내장되는 부품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여러 기업에서 생산되고, 대만에 본사를 둔 제조사가 중국의 노동자와 생산시설을 이용하여 조립하는 생산방식을 따르고 있다. 모듈화로 정의되는 이러한 생산방식은 첨단이나 비첨단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모듈화 생산방식으로 인하여 기업은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중국은 모듈화된 글로벌 생산체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면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공급사슬의 맨 아래 단계인 단순 조립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선도기업이 요구하는 세부규격, 품질표준, 납품일정, 납품단가 등을 맞추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중 하이얼, 화웨이, 레노보 등 일부 중국기업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중국 기업들이 제조업의 강자로 등장하면서 과거에 첨단제품으로 분류되었던 컴퓨터, TV, DVD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기타 가전제품들이 이제는 일용제품처럼 싼 가격에 세계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듈화 생산방식으로 인해 선진 혁신기업들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독점적 부가가치 창조를 위한 끊임없는 변신을 강요받고 있다. 선도기업들은 보편화되는 분야를 중국기업들에게 넘기면서 독점적이고 코드화되지 않은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로 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모듈화 생산방식 때문에 상품의 회전 주기가 빨라지고, 새로운 혁신 기술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으며, 제품의 수명주기도 점점 단축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생존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제품주기의 단축이 표면화되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납품하는 하청업체들은 생산의 유연성과 비용절감을 위한 압력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새 디자인을 발굴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주문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언제라도 모듈화된 공급사슬에서 추방될 수 있다. 모듈화 생산체계를 주도하는 선도 기업들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경쟁사의 제품을 보편화하여 경쟁을 강요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기회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정상의 자리를 다른 경쟁기업에게 언제라도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델과 HP가 애플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구글의 도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정상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모듈화세계에서 아날로그적 정책이 난무하는 나라의 선도기업 탄생ㆍ유지는 과욕


새로운 글로벌 생산체제하에서 선도기업들은 대규모 설비투자보다는 여러 업계를 손쉽게 넘나들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지식개발 투자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모든 자본을 하나의 완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설과 장비에 투자할 경우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듈화 세계에서는 자신이 만든 혁신적인 기술도 필요에 따라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파괴적 혁신”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애플이 설비투자를 통한 제조업에서 완전히 손을 때고, IBM이 컴퓨터 제조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한 이유도 새로운 글로벌 생산구조 하에서 선도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정부나 국민들은 제조업 시설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된다고 해서 애플이나 IBM을 탓하지 않는다. 애플이 창출하는 부(副)가 직ㆍ간접적으로 막대한 고용창출과 투자촉진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듈화 생산 과정에서 창출되는 대부분의 수익은 이를 선도하는 선진기업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하위 단계의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생산체계를 부정하거나 선도기업의 경영전략을 죄악시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글로벌 생산체계에 참여하고 경쟁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들도 글로벌 생산체계에 참여하여 선도기업, 납품업체 또는 조립업체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 TV, 반도체 메모리 칩 등 우리 기업이 생산 공정과정을 주도하고 새로운 표준을 설정해 나가고 있는 제품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내일도 정상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선도기업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그러나 투자, 고용, 이윤폭, 심지어 가격설정까지 간섭을 받는 환경에서 선도 기업으로서의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계가 없는 혁신이 요구되고 여러 업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하는 모듈화 세계에서 설비투자를 강요하고, 생산성이 낮은 인력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고, 수익의 한도를 정하려는 아날로그적인 정책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선도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 것이다.


‘공생발전’이라는 구호아래 경쟁 아닌 정부보호와 대기업의 선의는 오히려 ‘해(害)’


새로운 글로벌 생산체계에서 공생발전은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경쟁 납품 업체를 제치고 지속적으로 선도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납품업체들도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선도기업의 요구사항을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해야만 한다. 나아가 선도기업의 요구사항을 넘어 보다 효율적인 부품을 개발함으로써 선도기업이 계약을 끊을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실제 중국이나 대만의 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경영전략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납품단가 인하, 납품품질 등에 대한 요구는 납품업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부당행위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공생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하청업체를 보호하려는 정책은 오히려 이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글로벌 생산체계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모듈화된 생산체계 하에서 국내기업들 보다 유리한 하청업체를 찾기란 선도기업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기업은 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의 게임을 펼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이 서로 윈윈(win-win)하는 공생의 길이라 믿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이러한 무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공생발전이란 구호 아래 정부의 보호와 대기업의 선의만을 기대한다면 우리 중소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중국, 대만 등의 기업과 당당히 경쟁을 하고 글로벌 공급사슬의 한축을 담당할 수 있을 때 중소기업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초과이익공유제’,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공생발전’을 위한 각종 규제 등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는 아날로그 정책이 만연하는 환경 속에서는 선도기업의 설 자리도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제 정책도 디지털화를 도모할 때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실장, glcho@keri.org)


KERI 칼럼_20110907
.pdf
PDF 다운로드 • 1.47MB


46FL, FKI Tower, 24, Yeoui-daero, Yeongdeungpo-gu, Seoul, 07320, Korea

TEL: 82-2-3771-0001

​연구원 소개

연구

소통

미디어와 네트워킹

Global Brief

Copyrightⓒ 2023 KERI.ORG.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