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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법경제학적 검토: 불법행위에 있어서 보상과 억제의 문제


행위 자체는 유익(有益)해도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부수적(附隨的)으로 유해(有害)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부수적’ 이라는 점에서 불법행위는 ‘의도적으로’ 해를 가하는 범죄와 구별된다. 교통사고를 생각해보자. 교통사고를 근절(根絶)하는 방법은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운전을 하지 않으면 교통사고로 인한 손실은 없앨 수 있지만 운전의 이익이 사라진다. 따라서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우리의 목표는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deterrence)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얻는 이익이 피해자의 손실보다 큰 불법행위는 허용하고 이익이 손실보다 작은 불법행위는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손실을 자신의 손실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외부성(externalities)’이 제거된다. 가해자로 하여금 피해자의 손실을 ‘완전하게’ 보상(compensation)하도록 하면 불법행위는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된다. 불법행위에 있어서 완전한 보상과 효율적인 억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완전한 보상을 통해 외부성이 제거되면 불법행위는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결정과정


불법행위가 발생하기 전(前)과 후(後)의 피해자의 효용이 같으면 완전한 보상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완전한 보상은 불가능하다. 판사와 배심원은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객관적’ 손실은 파악할 수 있으나 ‘주관적’ 손실은 헤아릴 수 없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pain)에 대해서는 과소 보상이 늘 문제가 된다.

피해자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 이루어져도 불법행위를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적발(摘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피해자의 손실이 100원이고 법원이 가해자에게 100원의 보상액을 부과해도 불법행위가 적발될 가능성이 50%이면 가해자가 인식하는 보상액은 50원이다. 이 경우, 보상액이 200원이어야 불법행위가 효율적으로 억제된다. 현실적으로 모든 불법행위를 적발할 수는 없다. 행정적인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행위를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상액이 피해자의 손실보다 커야 한다.


보상액이 피해자의 손실보다 클 때 이를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라고 한다.1) 징벌적 손해배상은 징벌(punishment)과 손해배상(damages)의 합성어이다. 징벌의 목적은 불법행위의 억제이고 손해배상의 목적은 피해자 손실의 보상이다. 완전한 보상으로 불법행위를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할 수 없을 때 징벌적 요소가 추가된다. 모든 불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하는 한 완전한 보상과 효율적 억제는 분리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모든 불법행위가 적발된다면 완전한 보상으로 불법행위는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된다. 반면, 불법행위 중 일부(θ)만 적발된다면 피해자의 손실(D)과 징벌적 손해배상액(P)이 가해자에게 부과된다. 이 경우, 가해자가 인식하는 보상액은 θ(D+P)인데 이는 D와 같아야 한다.2)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식 (1)과 같이 결정된다.3)


P=[(1-θ)/θ]D (1)

식 (1)에서 (1-θ)/θ를 ‘징벌 승수(punitive multiplier)’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불법행위가 적발될 가능성이 33%이면(θ=0.33)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피해자 손실의 2배((1-0.33)/0.33), 보상액은 피해자 손실의 3배가 된다. 법원이 불법행위 3건 중 1건만 적발하면 적발된 가해자는 자신이 끼친 손실의 3배를 피해자에게 보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적발된 가해자가 적발되지 않은 2건의 피해를 대신 보상한다. 이러한 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일벌백계(一伐百戒)이다. ‘exemplary damages’가 punitive damages의 동의어로 사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도급법, 불법적인 행위의 근절이 아니라 효율적인 수준의 억지가 목표가 되어야


지난 4월 30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제1조에는 이 법의 목적이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하여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되어 있다. 하도급법의 목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하도급 거래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원사업자가 부당한 하도급거래를 할 경우 다음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

부당한 하도급거래가 100% 적발된다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민사소송을 통한 완전한 보상으로 충분하다. 현실적으로 완전한 보상이 어렵거나, 부당한 하도급거래의 적발 가능성이 100%가 아니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추가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면 된다. 따라서 제25조의3에서 과징금을 규정한 것은 사족(蛇足)이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당거래의 성격과 적발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과징금에 징벌적 요소가 포함된다.4) 이러한 점에서 제35조의 손해배상 책임은 과잉(過剩)이다. 또한, 제35조에서 손해배상액을 손해의 3배 이내로 규정하고 있으나 ‘3배’라는 수치(數値)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부당한 하도급거래의 적발 가능성이 33% 이상이어야 한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거가 제시된 바 없다. 더구나, 부당한 하도급거래는 다양하기 때문에 적발 가능성이 일률적이지 않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을 3배로 ‘고정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5) 끝으로 하도급법 제32조에 의하면 부당한 하도급거래에 형법이 적용될 수 있다. 처벌을 통해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것이 형법의 기능이기 때문에 제32조 역시 공정위의 기능과 중복된다.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는 민사소송과 공정위 과징금을 통해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 하도급법은 과잉 입법이다. 하도급거래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억제하면 하도급거래가 위축된다. 하도급법에 의해 수급사업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의도가 선(善)해도 결과는 나쁠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불법행위를 효율적인 수준에서 억제하는 것이지 근절하는 것이 아니다.


오정일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jo3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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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유발한 손실보다 많은 금액을 보상해야 하므로 징벌이다. 반면, 피해자는 손실보다 큰 보상을 받으

므로 횡재(windfall)를 하게 된다.

2) D=1*D이므로 모든 불법행위가 적발되고(θ=1) 완전한 보상이 이루어진 경우를 나타낸다.

3) θ(D+P)=D를 P에 대해서 정리하면 식 (1)이 도출된다.

4) 과징금을 하도급대금의 2배 이내로 규정한 것에서 징벌적 특성이 확인된다.

5) 같은 맥락에서 과징금을 하도급대금의 2배 이내로 규정한 제25조의3도 논거가 약하다.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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