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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혁신시대의 적정 R&D예산 규모는?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많지 않음에도 추격형 모방전략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대단히 희귀한 사례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경제가 量과 質에서 일정 수준에 오른 만큼, 과거의 성공전략으로는 추가적인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 제조업의 경쟁우위는 제조역량에 기초하고 있으나 이는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나 또 다른 Fast Follower에게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Apple의 특허분쟁, 그리고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위협에서 보듯이 창의혁신시대에는 기초·원천기술이 경쟁력의 관건이 된다. 그러나 이 부문은 선진국에 뒤쳐져 있다. IT 부품과 기기, 자동차, 선박 등 첨단 제품의 수출이 많아졌음에도 우리의 기술무역수지가 만성적자(‘09년 기준, 약 50억 달러)인 까닭은 이 때문이다. 수출이 늘수록 기술적자 폭도 느는 것은 큰 문제이다. 반면에 미국은 기술무역에서 378.5억 달러, 일본은 157.3억 달러, 영국은 146.3억 달러, 독일은 90.2억 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1)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창의와 혁신 역량을 더욱더 배양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R&D는 본질적으로 ‘사회 적정 수준’ 이하에서 과소투자되는 문제가 있다


R&D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멀리 앞을 보고 하는 투자다. R&D는 미래의 산업기반과 일자리 창출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리 자신보다는 우리의 자녀와 그 후손의 복지 및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따라서 R&D는 기업의 영속적 발전과 국가경쟁력의 제고 차원을 넘어서 미래세대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지금의 기성세대가 때 맞추어 파종해야 하는 의무와도 같다. 그러나 R&D는 투자 회임기간이 길고 성공여부가 불확실하며, 성공해도 외부성(externality)에 따른 재산권 확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회 적정 수준이하로 ‘과소투자'되는 경향이 있다. 씨 뿌리는 자와 결실을 보는 자가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파종(播種)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의 R&D 의사결정을 생각해보자. 전문경영인은 주기적으로 평가되는 재무적 성과에 연임여부가 달려있음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재임기간 중에 가시적 성과가 기대되는 응용·개발연구에는 투자를 해도 그보다 먼 앞날을 위한 기초·원천연구는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래(세대)를 위한 R&D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 이하에서 결정되는, 異時點 자원배분(intertemporal resource allocation) 비효율이 발생한다.


또 이런 이유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정부가 R&D 예산을 확보하여 재정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한다. 시장의 R&D 과소투자현상을 정부의 재정투자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를 구성, 운영하는 공직자와 정치인이라고 해서 사심 없이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천사는 아니다. 정부는 ’정치적 소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운영되며, 이들의 정치 소득은 현재의 유권자와 이익단체의 지지도에 의해 결정된다.2) 따라서 당장에 투표권도 없는 미래 세대를 위해 제한된 예산을 적정하게 배분할 유인이 대단히 약하다. 게다가 정부 예산은 국회에서 심의, 확정하게 되는데, 모두 알다시피 정치인의 ’시간할인율(time discount rate)‘은 세상의 모든 직업 중에서 가장 높다. 목전의 선거에 최우선 관심을 기울이는 정치인에게 지금 당장의 유권자도 아닌 미래세대를 위해 적정 수준의 예산 배분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 R&D 예산조차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적정 수준 이하에서 결정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R&D에서는 ‘근시적 포퓰리즘(myopic populism)’이 심하지 않았다?


R&D는 본질적으로 과소투자의 유인을 안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몇 년간 R&D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기하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정부 R&D 예산을 보면, 노무현정부에서부터 과학기술투자의 중요성을 앞장서 강조하면서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추세는 ‘577 전략’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정부로 이어졌다. 그 결과, 정부 총지출 대비 R&D 예산은 2006년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고, 계속 증가하여 2010년에는 4.8%로 높아졌다(표 1 참조).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유지하고 창의혁신 경제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R&D 투자에 적극 나섰다. 정부 R&D 예산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민간 R&D 대 정부 R&D 비중이 75%:25% 내외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은 민간 R&D 투자가 그만큼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민간과 정부의 R&D 투자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 국가 R&D는 2010년 기준 총 44조원에, GDP 대비 R&D 집중도는 3.74%에 이르게 된다. 2000년의 국가 R&D 집중도가 2.4%였고 노무현정부가 출범했던 2003년에도 2.6%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3.4%로, 그리고 2010년에는 3.7%로 높아졌으니 돌아보면, 짧은 기간 안에 괄목할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표 2 참조). 2008년 이후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적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미리부터 R&D 투자에 적극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표 1> 정부 R&D 예산 비중의 증가 추이


<표 2> 국가 R&D 규모, 재원별 비중,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의 변화 추이3)

선진국과의 누적격차를 줄이려면 3.7%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국가 R&D 집중도 3.7%는 미국(2.8%)과 독일(2.8%), 일본(3.3%)과 비교해도 꽤 높은 편이다. R&D 집중도는 세계 3위이고 절대금액은 세계 7위에 해당한다. 이쯤 되고 보니 정부 R&D에서부터 속도를 늦추려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R&D 집중도가 높아도 아직은 만족할 때가 아니다. 그 이유는 이렇다.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아도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R&D 투자금액은 선진국보다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의 R&D 투자금액은 미국의 1/11, 일본의 1/5, 독일의 1/2.4 에 그치고, 중국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그 동안에 누적된 격차까지 감안하면, 최근 몇 년 새에 잰걸음으로 비율을 늘려 왔다고는 하지만 한참을 황새걸음으로 앞서갔던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선진국과의 R&D 투자 격차를 좁히려면 계속해서 국가 R&D 집중도를 높여야 하고, 정부 R&D 예산이 그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민간 R&D의 경우에도 상위 10대기업이 44%를 차지할 정도로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고, 투자부문도 전자·정보·통신 분야 50%, 기계·제조·공정 분야에 29% 등 특정 산업에 편중되어 있는 등 아직은 미흡한 부문이 많다. 중소·중견기업과 산업 전체의 생태계로 R&D 투자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R&D 선도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정부 R&D는 전체 R&D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로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창의혁신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세대의 복지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당분간은 정부 R&D 예산을 공격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제안: R&D 예산, GDP 2조 달러가 될 때까지 총예산의 5% 이상을 유지하자!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일까? 필자 개인의 바람으로는 아직은 양적으로 부족한 R&D 투자규모를 감안하고 선진국과의 기초·원천기술 누적격차를 앞당겨 좁히기 위해 우리나라 GDP가 2조 달러에 이를 때 까지 총예산 대비 정부 R&D 예산을 5% 이상 배정하는 원칙을 세웠으면 한다. 독일은 총예산 대비 R&D 예산이 6.6%(2009년 기준)라고 한다. 우리의 2011년 동 비율이 4.8%인 점을 감안하면, ‘5%+α’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에 수정한 2011년 ‘국가재정운용계획(2011~’15)‘은 많이 아쉽다. 당초의 재정운영계획(2010~’14) 대로라면 R&D 예산 비중은 2012년 5.1%, 2013년 이후 5.4%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정계획에 의해 그 비중은 4.9%로 축소되었다. 계획 수정의 이면에는 여러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보면서 우리의 재정건전성도 다시 돌아봤을 것이고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미래세대의 복지 보다는 투표권을 가진 현재 세대에 대한 선심성 복지를 우선하고도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기업의 흥망성쇠 과정을 보면 어려운 국면에서도 R&D를 줄이지 않고 계속 투자한 기업들이 승자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4) 정부 부문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나라가 힘들어 하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미래를 위해 좀 더 자원을 배분하는 나라의 앞날이 더욱 밝을 것이다. R&D 예산을 5% 이상으로 가져가자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inhak@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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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ECD, Main Science and Technology Indicators, 2010

2) KERI 칼럼 495 참조(2011.9.21., 정부팽창 압력의 증가, 무엇이 문제인가 - 애덤 스미스 연구소의 경고)

3) 자료출처, 국회 예결위, 201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4) 구체적인 사례는 김민성의 ‘R&D 투자를 통한 기업의 불황극복 사례와 시사점’(2009.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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