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컬럼

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 나타나고 있나


2018년 1월 1일부터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시간당 7,530원의 최저임금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고 물가불안이나 고용감소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한 가격 인상을 차단하기 위해 외식업종에 대해 심층 원가분석을 실시하고 담합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 마련했던 일자리 안정자금의 집행, 임대료 및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마련 등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고용절벽의 현실화이다. 작년 12월 서비스업종 취업자 숫자가 6년 7개월만에 최대치로 급감하였다. 이를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벌써 나타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정부는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일부 한계기업의 고용감소 가능성이 있으나 일자리 안정자금 수혜가 가시화되면 빠르게 고용이 안정될 것이고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을 높여 내수활성화를 통한 고용 선순환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임금이 오르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고용은 감소한다. 최저임금 대상자가 별로 없고 최저임금 인상률이 미미하다면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다수의 종업원이 최저임금 대상자인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 16.4% 인상은 그만큼의 인건비 상승을 의미한다. 수익성이 아주 높은 업종이 아니면 이 정도 인건비 상승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해당 업종 혹은 업체의 고용은 감소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전체 근로자의 대부분이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3% 남짓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2% 미만인 경제 상황에서 이런 영세 업체들에게 16.4%의 임금 인상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을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자리 안정자금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충격을 온전히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는 정도도 크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수준을 높여 소비와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정책 목표는 사실 현정부가 처음 수립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내수 활성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통한 기업의 임금인상 유도 등을 꾀하였다. 이런 정책 기조로 인해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은 매년 7~8%의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그동안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으로 인해 노동집약적인 업종들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불만과 반발이 누적되어 오고 있었다.

최저임금의 급등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 중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최저임금의 인상을 주장하던 사람들의 입장은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고용을 증대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발언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국내 사례, 외국의 연구결과 모두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증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에 대한 외국의 연구는 주로 미국에서의 연구결과이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최저임금이 도입된 것은 1938년인데 최저임금의 효과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 것은 적어도 미국에서 노동부가 설립된 1913년 부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이론적인 논쟁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노동부를 중심으로 실증적인 통계분석이 실행되었고 1980년대까지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던 연구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숙련 근로자들의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점은 당시 연구결과에서 확인한 것이다. 이런 공감대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일부 연구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이 유의한 고용감소를 유발하지 않거나 고용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이면서부터이다. 이후 논쟁이 지속되었으나 대체적인 결론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취약계층인 저숙련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고용감소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 중이지만 적어도 고용을 증대시킨다는 결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에서의 연구결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장 최근의 연구결과인 이정민외(2016)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상승하면 고용이 약 0.14% 감소하며, 특히 여성, 고졸 이하, 청년층과 고령층, 근속기간이 짧은 근로자, 5~29인 사업체에서 부정적 고용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은 취약계층의 고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16.4%라는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인건비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고용감소가 예상된다. 반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임금 상승의 효과는 신규로 채용되는 근로자들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기존 근로자들이 향유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는 숙식비와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중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높고 중소영세업체에서는 그 비중이 낮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대기업 근로자들의 기본급도 최저임금의 영향권에 들어오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상여금까지 포함할 경우 결코 낮지 않은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기본급이 상승하여 적지 않은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고용감소의 위기에 놓인 중소영세업체의 근로자들이나 신규로 취업하고자 하는 취약계층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소득불평등 및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를 낳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wsong@keri.or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