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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는 250만 명을 보호할 수 없다


지난 6월 4일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법의 효력) 5항에 의하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해 택시기사의 수입에서 사납금을 빼고 남는 초과운송 수입금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택시기사들의 사납금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월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할 경우 택시회사는 이를 보전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최저임금법』개정을 통해 택시기사들의 임금 중에서 고정급의 비중이 상승하여 생활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았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지방 중소도시 택시기사들의 초과운송 수입금을 제외한 요금수입은 월 50만~70만 원 수준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택시회사들이 최저임금법 적용과 함께 주당 44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기사 1인당 작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40만 원 정도를 매월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택시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주당 44시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은 월 40만 원보다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그 결과 일부 지방 중소도시 택시회사는 택시면허를 반납하고 해고예고 통지서를 발송하는 등 지방 택시업계에 고용불안이 증가하고 있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제가 일부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 1항에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또한 “국가는 사회적ㆍ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기본정신에 근거해서 우리나라는 1986년 최저임금법을 제정하여 198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법의 기저에는 모든 국민에게 일할 권리를 준다는 정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 최저임금법의 개정과 더불어 과연 우리나라 최저임금법이 본연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제는 경제이론상 가격통제의 한 종류이다. 모든 가격통제가 그렇듯이 시장원리에 입각하지 않는 강제적 가격조정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낳는다.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높은 임금에서 노동수요가 감소하고 그 결과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1938년 10월 24일 전면적으로 실시된 미국의 최저임금제를 살펴보자. 당시 미국 섬유산업은 남과 북으로 갈려 있었다. 남부공장은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저임금 때문에 경쟁력을 갖고 있었으며, 북부공장은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높았다. 그러나 최저임금제의 실시와 함께 낮은 임금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미국 남부 섬유산업에는 해고의 바람이 불었다. 확대일로를 걷던 남부 97개 회사의 대부분이 생산규모를 축소했으며 고용 역시 5% 이상 줄었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제 실시 이전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었던 기업들의 고용은 17%나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했다.1) 더욱 중요한 점은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고 있었던 북부 섬유산업에서는 고용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제에 의해 인위적으로 임금이 통제될 경우 노동에 대한 수요가 축소되며 이런 영향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아 낮은 임금을 줄 수밖에 없었던 산업과 여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집중된다. 따라서 최저임금이라는 가격통제의 도입은 결코 모든 산업과 모든 근로자에게 공평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의 지나친 상승 역시 모든 근로자들에게 공평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7년부터 2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시간당 5.15달러에서 7.25달러로 무려 40% 이상 올리는 내용의 법 개정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처럼 비숙련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는 참담한 것이었다. 청년층 실업률이 15%에서 27%로 급증했던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의 인상을 통해 비숙련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려는 의도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유사하다. 2000년 시간당 1,60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0년 4,110원으로 10년 사이 157%, 연평균 9.5%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33%, 연평균 3.1% 증가하는 데 그쳤고 노조가 있는 중소기업의 월급여조차도 72%, 연평균 7.9% 증가했을 뿐이다. 그 결과 최저임금 외 초과근로수당이나 상여급 등을 합치면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는 월평균 약 146만4천 원을 받게 되었다. 이는 3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1.3배 수준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인상되자 기업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고용을 억제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현재처럼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조사대상 기업의 71%가 감원이나 신규채용 축소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근로자에겐 득이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일부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7년 아파트 경비원의 생계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적용한 경우이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자 무인경비시스템의 도입이 확산되었고 젊은 인력으로 기존 경비원을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고령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만 것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다름이 아니라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인상되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크게 늘었고 그 결과 가장 보호를 받아야 할 근로자들이 일자리에서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간 최저임금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사용되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되었고 10년 전 전체 임금근로자의 3% 미만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다가 지금은 16%에 해당하는 250만 명의 근로자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업장에서는 불법적으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2001년 임금근로자의 4.3%에서 2008년 10.8%로 증가하게 되었다.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250만 명의 근로자 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250만 명의 근로자들의 임금을 한꺼번에 동일한 수준에 고정시키면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나 청소년, 또는 많은 교육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일자리에서 내몰리게 된다. 최저임금이 생산성과 경제여건을 반영하는 시장임금에 비해 높으면 높을수록, 그리고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250만 명의 근로자를 한꺼번에 보호하려는 최저임금제는 결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최저 수준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정하고 그 대신 주정부는 주별 상황이 허락할 경우 연방정부 최저임금보다 다소 높게 상향조정할 수 있게 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최저임금제의 유연한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제 시행에 있어 경제상황이나 각 업계의 현실, 그리고 근로자의 능력을 감안해서 지역별ㆍ연령별 차등을 두는 것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물론 차등적용이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세사업주에게는 세제상의 혜택을 주고 저임금 근로자에겐 사회보험료 경감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일종의 복지제도이다.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장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들의 일자리마저 빼앗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최선의 복지는 고용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최저임금법의 취지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의 유연한 적용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conby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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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eltzer, "The EEffect of the Fair Labor Standards Act of 1938 on the Southern Seamless Hosiery and

Lumber Industries," Journal of Economic History, Vol.57, No.2, 1997, pp.396-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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