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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정책의 반작용을 우려한다


늘어만 가는 복지예산과 공공기관의 부채, 후퇴한 미디어법, 보류된 교육자율화와 영리의료법인 도입, 미소금융사업을 통한 정부의 대기업 경영 간섭, 말썽 많은 4대강 정비사업과 요란한 세종시 사업수정 등 2009년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기대해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에겐 실망을 안겨준 한 해였다. 친기업정책과 친시장정책에서 벗어나 친서민정책과 친정부 계획으로 진로를 수정한 MB 정부를 바라보면서 2010년 경인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강태공의 ‘상(賞)의 반작용’

상(賞)이라는 것은 뚜렷한 공로가 있을 때 주어져야지 남발하다 보면 불평불만을 쉽게 유발하고, 그 결과 만족하지 않으면 원한을 자라나도록 하게 된다. 일찍이 중국 주나라 강태공(姜太公)은 이것을 ‘상(賞)의 반작용’이라고 지적하였다. 복지예산을 들여 서민들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도록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원배분에 중립적이지 않은 복지예산, 가령 예산이 주어지면 노력이 제공되지만 예산이 주어지지 않으면 노력이 제공되지 않는 복지사업은 맬더스(T. Malthus)의 지적처럼 근면하였을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인간으로 만들고, 일반인의 저축의지를 감퇴시키고 근로의욕을 약화시키는 독약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서민을 위해 지출하는 복지예산이 ‘상의 반작용’처럼 당초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결국에 가서는 서민의 자립정신을 고갈시키는 반서민정책이 되어버릴까 염려된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그룹, 예를 들어 장애인이나 병자 및 고령자에 대한 복지예산 이외에는 함부로 예산이 투입되지 않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야 하는 까닭은 복지 수혜대상의 실업자나 빈곤층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장래를 걱정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지사업은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조직화되지 않은 사람들의 희생 하에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치인에 의해 이용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더 더욱 신중히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반작용

중국 송나라의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은 상품가격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국가가 직접 시장에서 상품을 사고파는 시역법(市易法)과 정부가 직접 시장에서 물품을 조달하는 균수법(均輸法)을 도입하였다. 모두 경세제민을 목적으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선의에 의해 도입된 제도였다. 그런데 상품의 시장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도입된 시역법이 실제 시행에 들어가자 이를 관장하는 기관인 시역사(市易司)는 판로가 좋은 물품들만 앞 다투어 사들이는 투기꾼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렇게 해야만 조정이 하달한 이윤지표를 달성할 수 있었고, 관료들이 중간과정에서 자기 주머니를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균수법이 시행에 들어가자 중앙의 구매담당부서인 발운사아문(發運司衙門)은 시장을 독점하는 최대 국영기업으로 변질되었다. 물론 정부가 직접 장사를 했기 때문에 부정부패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상거래와 무역은 민간에게 맡겨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구파 범중엄(范仲淹, 989~1052), 구양수(歐陽脩, 1007~1072), 소동파(蘇東坡, 1036-1101)의 주장이 옳았다. 정부의 상거래 개입은 결국 나라와 백성 모두를 망치게 하였다. 왕안석의 변법이 추진된 후 북송이 멸망하기까지는 불과 50~60년도 걸리지 않았다.1)

중국 당나라 유안(劉晏, ?~780)이 민정과 재정을 담당하는 관리로 있을 때 정부에서 소금을 전매하는 제도를 없애버렸다. 관리들은 대개 백성들을 착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소금이 나는 고장에서 소금을 관리하는 염관을 없애고 백성들이 만든 소금을 직접 상인들에게 팔아 상인들이 소금을 가지고 각지로 다니며 마음대로 팔게 했다.2) 한 마디로 말해 친시장정책의 지혜를 활용하였다. 조선의 실학자 유형원(柳馨遠, 1622~1673)은《반계수록(磻溪隧錄)》에서 “백성들로 하여금 요행으로 돈을 얻어 쓰게 함이 나라의 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유안(劉晏)의 견해를 전한다. 또 유형원은 당시 조선에서 시행하던 환상제(還上制)를 폐지하고 서울과 지방에 관주도의 상평창(常平倉)과 개인 주도의 사창(社倉)을 각각 설치하여 곡식을 매매하도록 권하였다.3) 즉 곡식이 천하여 값이 헐한 때에는 그 값을 올려서 사들이고 곡식이 귀하여 값이 비쌀 때에는 그 값을 헐하게 내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듦으로써 곡가를 안정시켜 곡식이 천하여도 농민을 해치지 않게 하고, 곡식이 귀하여도 다른 백성을 해치지 않게 하려는 생각에서였다.4) 그런 측면에서 유안이나 유형원의 주장은 부채가 늘어만 가는 공공기관이나 공영을 내세우는 민영방송 미디어매체나 공교육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는 교육기관이나 영리의료법인의 도입을 반대하는 병ㆍ의원에게 소중한 지혜가 될 것이다.

정부계획의 반작용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는《노예의 길(1944)》에서 국가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 개인의 행위를 지시하려고 더 많이 계획하면 할수록 개인은 계획을 수립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아무런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못하는 수동적인 인간들로 만들어 버릴 것을 우려하였다. 노자(老子)는 법이나 명령이 요란할수록 오히려 도둑이 더욱 많아진다고 하였다. 그는《도덕경》에서 “사람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지도자가 아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는 것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나라에 해가 되고 앎이 없이 다스리는 것은 나라에 복이 된다(民之難治, 以其智多, 故以智治國 國之賊, 不以智治國, 國之福)”고 하였다. 또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이 뭔가를 한다고 하기 때문(民之難治, 以其上之止有爲)”이라고 하였다.5)

세종시 건설이나 4대강 정비사업 등 자생적인 사업이 아닌 정부의 의도적인 계획 하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결국 위정자가 성을 쌓는다든지, 제도를 개혁한다든지 따위로 인위적으로 다스리면 나라가 다스려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동운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dwyu@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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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경이 옮김(2007), 이중텬 지음,《제국의 슬픔》, 에버리치홀딩스

2) 이원길 옮김(2004),《智囊》, 신원문화사

3) 환상제란 흉년이나 춘궁기에 관곡을 대여하였다가 풍년 또는 추수기에 이를 상환하게 하는 제도

4) 이재호 역(1977),《유형원―반계수록》, 한국의 사상대전집, 동화출판사

5) 오강남 풀이(1995),《도덕경》,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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