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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로 법인세를 대체하자



탄소규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발효됨에 따라 2013년에는 명실상부한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05년부터 유럽연합 온실가스 거래 시스템(European Union Greenhouse Gas Emission Trading System)이 운영되고 있고, 북미에서는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RGGI)라는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2009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또한 서부지역에서는 Western Climate Initiative(WCI)가 201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 역시 지역별로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지구온난화의 사실 여부에 대한 의견 대립은 이미 무의미한 논쟁이 되어 버렸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어떠한 규제로 받아들일 것인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비교적 효율적인 규제방안을 구축하여 기업과 사회가 부담할 규제비용을 최소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기업들도 각 산업별로 정부가 제시한 규제 내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탄소규제는 배출권거래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유럽의 탄소규제가 배출권거래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미국의 지역별 탄소규제 역시 배출권 거래제이니 한국 역시 같은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규제정책으로 인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규모와 구조 등의 여러 환경을 고려하면 배출권거래제보다는 탄소세가 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탄소규제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규제 도입 후 생길지 모르는 예기치 않은 결과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세 도입 후 기업의 법인세를 인하하는 방식이 최선의 정책 및 대안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탄소세와 배출권제도 두 가지 정책을 간단히 살펴보면 탄소세는 여러 경제활동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외부효과를 일괄적 세금 도입으로 가격 조정해 내부화시키는 소위 죄악세(Sin Tax)에 기반을 둔 방식이고, 배출권거래제도는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 총량 자체를 미리 조정하고 그에 맞추어 발행한 배출권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외부효과를 내부화시키는 코어스 이론(Coase Theorem)에 기반을 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 두 가지 방식은 탄소세의 세율이 예상 감축량을 기반으로 제정된다면 같은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제도는 배출총량 제한을 기본적으로 도입하므로 여러 환경보호단체 같은 시민단체와 환경규제를 지지하는 정치세력들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다. 규제 대상이 될 산업계 역시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무상할당 받는다면 탄소세보다는 배출권거래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한 “탄소세”라 하면 세금이라는 단어가 가져올 수 있는 국민과 기업의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유럽연합과 북미의 RGGI는 배출권 제도를 도입했고 WCI는 배출권거래제를 기반한 탄소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배출권거래제는 여러 장점이 있는 제도이긴 하지만 한국과 같이 배출권 시장의 규모가 작을 경우에는 여러 부작용을 가져올 비효율적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효율적인 배출권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첫째, 배출권의 충분한 유동성(Liquidity), 둘째, 낮은 시장왜곡(Market Manipulation)의 가능성, 셋째, 낮은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종래 시장의 독립적인 참여자(Independent Market Participant)의 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한국 경제의 규모와 특성상 독립적 참여자의 수가 충분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배출권거래 시장의 효율성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수가 충분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그것이 배출권의 정확한 가치를 가격에 반영토록 하는 것을 담보로 하는데, 시장참여자가 부족할 경우 유동성이 현저히 낮아져 가격 변동율의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02년도까지의 미국 질소산화물 배출권 시장(OTC NOx Allowance Market)에서는 질소산화물 배출권 가격이 1,000달러에서 7,000달러까지 오고가는 극심한 가격변동을 보였고, EU ETS의 탄소배출권 가격 역시 높은 변동성으로 배출권의 가치가 정확한 가격으로 전환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높은 가격 변동성의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낮은 시장 참여자의 수에서 오는 유동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EU ETS의 경우 1만2,000개의 관리업체가 있지만 현재 한국의 1차 관리대상 업체 수가 600개 정도라고 하니 유동성의 문제로 가격의 변동성이 심할 것이다. 배출권의 가격변동이 심하다는 것은 결국 기업이 감수해야 할 규제비용이 불확실해진다는 것으로서 이것은 기업 입장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예상되는 배출권제도와 달리 탄소세제도는 배출권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구축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없고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없어 산업계에서는 정확한 규제비용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탄소세라는 새로운 조세수입을 규제대상 기업의 법인세를 인하시켜 재순환(revenue recycle)한다면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뿐만이 아닌 왜곡조세 (distortionary tax)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왜곡조세란 법인세나 소득세 같은 누진세에서 발생하는데 탄소세가 법인세를 일정부분 대체하여 법인세로부터 생기는 왜곡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인세가 올라가면 기업의 이윤추구 동기가 저하되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세금 이외의 추가적인 비용이 생기는데 경제학자들은 보통 1달러의 조세는 30센트의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렇게 기업의 경제활동을 저하시킬 수 있는 법인세를 탄소세 제도를 통해 거둬들인 재정수익으로 대체한다면 기후변화도 막고 왜곡조세 때문에 생기는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도 감소시키는 이중혜택(double dividend)을 볼 수 있다.


물론 배출권제도에서도 할당방식에 경매제도를 도입하고 재순환을 통해 법인세 감세정책을 쓴다면 탄소세를 통한 재순환제도와 같은 감세정책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적절한 경매방식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고 위에서 언급한 유동성 문제로 인한 높은 가격변동성으로 인한 규제비용의 불확실성 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으니 배출권거래제 보다는 탄소세가 더 적절한 정책수단이라는 것을 정부의 정책개발자들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탄소세를 통해 법인세를 인하하는 방식은 제도의 유연성 측면에서도 비교우위가 있다. 만약 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 기업의 규제비용이 늘어난다면 정부는 결국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규제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출총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때 환경단체와 진보적 성향의 정치집단의 반발이 심할 것이고 또한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문제가 대두된다. 하지만 탄소세를 통해 법인세를 인하하는 방식에서는 탄소세율의 변동이 기업이 기존에 부담했던 총 세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반발치 않을 것이고 진보단체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도 총배출량에 변화가 없다면 세율의 변동에 반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탄소규제의 도입은 분명 한국 사회가 지불해야 될 비용이 있는 규제이다. 일각에서는 탄소규제가 “저탄소녹색성장”이라는 슬로건하에 마치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거론되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진 탄소 규제일지라도 우선 산업구조 변화가 불가피하고 나아가 경제구조의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규제인 만큼 미래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다. 국제 사회의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앞서 정확한 시각으로 경제성을 따져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재승1) (삼성SDS)ㆍ윤상호2) (Chapma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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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재승 (삼성SDS 환경컨설팅팀 수석컨설턴트)

2) 윤상호 (미국 Orange County, California에 위치한 Chapman University의 Argyros School of Business and

Economics에 재직 중임.


* 본 칼럼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의견으로서 삼성SDS의 공식견해와는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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