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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은 위험을 다루는 수단, 규제강화하지 말아야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되면서 MBS(Mortgage Backed Security, 주택담보증권),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채권),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파산스왑) 등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완화가 위기의 주범으로 몰린 바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은행 의장이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을 후회한다고 의회에서 증언한 것이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거래당사자들 모두에게 유리한, 위험을 거래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며 금융위기의 원인이 아니다. 이를 그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마치 금광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금광이 발견된 것처럼 잘못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소문을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 그 근본원인을 잘못된 소문이 나게 된 이유에서 찾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규정에서 찾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를 기화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여 금융규제가 강화될 조짐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민간이 시장을 통해 스스로 위험을 관리할 수단들이 없어지거나 통제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특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1. 위험에 대한 거래는 거래당사자들에게 이익이다.

어떤 사람이 2개월 후 지금 살던 아파트의 전세계약이 끝나 2개월 후에 입주할 다른 전세아파트를 물색하고 있다고 해보자. 마침 어떤 신축 아파트를 부동산소개소로부터 소개받았는데, 그 아파트의 마지막 잔금이 치러지지 않아 세입자가 볼 때 명의가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 앞으로 2개월 후에도 건설업자로부터 양도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전세 놓으려는 사람과 부동산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입자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한다.”고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에게 강변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안감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다. 전세를 조금 싸게 놓든지, 아니면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어떤 식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을 제안하는 편이 자신의 아파트를 전세 놓기가 쉽게 만들고 전세를 들려는 사람도 만족하게 만들 것이다.


2. 파생상품들은 관련된 위험을 서로 거래하게 한다.

어떤 은행이 어떤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고 그 사람으로부터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해보자. 이 대출채권을 가지고 있는 은행이 그 채무자가 대출을 갚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고자 혹은 당장 급한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이 대출채권을 그 사람이 부도를 내지 않고 모두 갚았을 경우에 얻을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보다 더 싼 가격에 이를 다른 (투자)은행에 넘길 수 있다고 해보자. 은행들 사이의 그 사람이 부도를 낼 가능성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 혹은 그런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서로 다른 능력(혹은 서로 다른 유동성 확보 필요성)으로 인해 거래당사자들은 이 거래를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다.

이런 유동화를 허용하는 것은 거래당사자들이 위험을 더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동화는 은행의 부도가능성을 줄인다. 어떤 은행이 수익성이 있는 사업에만 대출해 주었더라도 채권과 채무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아 부도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동화는 그런 은행이 파산되지 않게 한다. 주택담보장기대출(모기지)을 유동화를 한 것이 MBS이다. 기존의 금융상품(대출)에 기초하여 다시 만들어졌다고 해서 MBS는 파생(금융)상품에 해당한다.

이 대출채권을 산 투자은행이 주택담보증권 이외에 다른 채권들을 포함한 다음 이를 쪼개 판 것이 CDO이며 이는 파생상품에서 다시 파생된 상품인 셈이다. 이제 다시 MBS나 CDO 등의 파생상품에 문제가 생길 위험에 대비해, 보험회사가 원금을 보장해 주는 대신 보험료를 받기로 한 계약이 CDS이다.

3. 그런데 왜 파생상품이 문제라고 하는가?

그런데 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을 두고 문제라고 하는 것일까? 이런 파생상품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다. 우선 첫째, CDO 같은 파생상품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MBS에다 다른 채권들을 포함해 이를 다시 잘게 쪼개 판 것으로 “맛없는 고기라도 당근이나 양파를 섞어 맛난 소지지로 탈바꿈시키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오인하도록 하므로 규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우량 채권들을 포함시킨 것이 MBS가 부실화될 가능성을 높이지 않는다. 다른 우량 채권들이 포함된 만큼 손실이 적어질 뿐이다.

둘째,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파생상품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대출이 이루어져 파생상품의 기초재료인 부실 대출채권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초저금리로 인한 주택수요의 증가와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자 2006년 들어온 자금의 60%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에 몰리고, 2003년 990억 달러에 불과했던 CDO의 판매액이 2006년에는 5000억 달러로 급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에 파생상품의 기초재료인 대출채권을 늘리기 위해 은행들이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 어떤 은행도 이자수입을 위해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대출해주지는 않는다. 갚을 능력이 있다고 보았거나 최소한 대출채권을 유동화하여 수익을 볼 수 있다고 보았기에 대출을 해 준 것이다. 그 유동화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나 이에 대해 CDS를 제공한 보험회사는 초저금리가 지속되거나 집값의 상승이 지속되리라는 잘못된 판단, 혹은 최소한 얼마 정도 이상은 집값이 하락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기초하여 파생상품을 제공했던 것이며 그 판단이 잘못 되었던 것이다.

셋째, 2차ㆍ3차 파생상품으로 파생화가 심화될수록 그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거나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는 근거에서 파생상품을 규제할 필요성이 주장되기도 한다. “1차 유동화 파생상품의 경우에는 기초자산인 대출 채권에 대해 투자자가 수학계산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2ㆍ3차 파생상품의 경우 오로지 수학계산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유동화에 따른 편익과 유동화에 따른 직접적인 정보의 상실이 주는 비용을 가늠해 적당한 선에서 파생화가 멈출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4. 근본원인은 다루지 않고, 위험을 다룰 수단을 제약하지 말아야

금융위기의 원인을 찾아 올라가 보면 결국 왜 많은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잘못 판단했는가라는 물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임대주택에 살기보다는 장기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편이 유리하다고 잘못 판단했던 사람들,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더라도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잘못 판단한 은행들, 이에 대해 보험을 제공하고 보험료 수입액이 보험금 지급액보다 더 클 것으로 잘못 판단한 보험회사들. 이들의 동시다발적인 잘못된 판단 뒤에는 사람들이 실제 저축하고 소비하려는 시간선호와 동떨어진 시장이자율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금광에 대한 투자를 못하게 하면, 새로운 금광이 발견됐다는 헛소문이 있더라도 그 악영향은 당연히 투자가 허용될 때보다 줄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CDO나 CDS와 같은 파생상품이 금지되었더라면 부실 CDO나 CDS에 대한 투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피해의 폭도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광에 대한 투자금지는 금의 채굴 자체를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의 현실과 괴리된 초저금리와 같은 잘못된 신호로 헛소문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현재의 금융위기를 기화로 거래당사자들이 위험을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약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 좋겠다.

김이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경제학, kimyis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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