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컬럼

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포스트 코로나, 기업구조조정 제도 개선의 기회로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글로벌 교역이 감소하면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며 기업 파산 역시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의류브랜드 제이크루(5/4), 백화점체인 니먼 마커스(5/7)와 JC페니(5/15), 렌터카 업체 허츠(5/22)가 파산을 신청했다. 일본은 패션업체 레나운(5/17)이 파산하였으며 데이코쿠 데이터뱅크는 올해 일본 기업의 파산건수가 1만 건을 상회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알리안츠는 전세계 파산 기업이 지난해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국 기업 역시 팬데믹으로 인한 영향에서 예외가 아니며 수치로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상반기 파산신청 기업이 역대 최대치인 522건을 기록했다. 특히 이미 부실기업이 누적되며 구조조정이 지연되어 온 한국경제에 코로나-19는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재무적 곤경이 3년간 지속된 기업은 3,011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에 종사하는 종업원 역시 26.6만 명에 달해 5년 내 최고치를 보이며 고용의 안정성에 대한 위험도 높아졌다.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고 부실이 전이되거나 정상기업의 자원 활용을 제한하는 등 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구조조정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구조조정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진행형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상시화 또는 통합도산법과의 일원화 논의가 조속히 마무리 되어야 할 것이다.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은 공적 개입 정도가 사적 구조조정인 자율협약보다는 크고 법원 중심의 공적 구조조정인 회생절차보다 작은 제도로 부실징후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외환위기 이후 2001년 한시법으로 도입되며 연장, 일몰 후 재입법을 반복하며 현재 제6차 기촉법이 2018년부터 다시 5년 한시법으로 시행 중이다. 상시화되지 못한 이유는 국가부도의 위기상황에서 법치주의를 일시적으로 희생하여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구한 법률이라는 위헌논란과 함께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반영되어 관치금융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제도 운영의 한계가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워크아웃을 대체할 만한 다른 구조조정 수단의 부재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자율협약에 비해 금융채권자 신용공여액의 75% 동의로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한데다 기촉법 실효와 재도입 사이의 제도적 공백이 발생한 시기에는 불가피하게 회생절차를 선택하게 되어 경제적 효율성이 저하된 경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부실기업의 과대 낙인으로 즉각적인 영업 중단과 함께 불필요한 고용 축소의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현실적 대안 없이 기촉법을 통합도산법에 일원화하기보다는 개선을 전제로 상시화를 통해 제도적 안정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의 영향을 배제하며 경영자 인센티브를 반영하는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제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면 상시화된 구조조정 수단으로서의 의의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이유는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고통스러운 과정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에게 국한되지 않으며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될수록 회복 역시도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경제전반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강화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국내 구조조정 제도의 정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의 완성은 제도 자체가 아닌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 내 모든 이해관계자의 책임의식과 자구노력을 전제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yunkim@keri.or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