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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필 상법 개정안의 개선방안


최근 법무부장관이 경영권 방어수단의 일종인 포이즌필 사용을 가능케 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된 상법 개정안(회사편)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들이 포이즌필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정관 변경을 통해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만 한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사항이다. 그런데 외국인 보유지분이 높은 대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결의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포이즌필 개정법안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져


포이즌필을 상법 회사편에 도입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포이즌필을 사용하기 위해 개별 회사들이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할 수도 있고, 이사회 결의만을 거치도록 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적대적 M&A 상황에서 이사들이 회사 전체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사적이익을 위해 포이즌필을 사용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주총회 결의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적대적 M&A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평소 회사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주주들이 과연 회사의 내재적 가치를 정확히 파악한 후, 가치파괴적인 적대적 M&A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며 적대적 매수 시도자와 협상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반면 이사회 결의만을 거치도록 할 경우에는 주주총회 결의의 장점이 단점으로, 그리고 단점이 장점으로 나타난다.

결국 회사 의사결정기관인 주주총회와 이사회 양자를 섞어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평상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보통결의를 통해 포이즌필을 ‘도입’하고 구체적인 적대적 M&A 상황에서 포이즌필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이사회에 맡기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정관에 포이즌필을 사전에 도입하고 구체적 사용은 이사회 결의(이사 총수 2/3 찬성)를 통해 하도록 한 상법개정안은 주주총회 결의와 이사회 결의의 장단점을 적절히 조합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사전적으로 주주총회 결의, 그것도 특별결의라는 엄격한 요건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회사지배구조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 또는 ‘주주와 이사’ 간의 권한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의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1)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례 없는 주가하락과 이로 인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일부 주주들이 경영진(이사)에게 단기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주주행동주의가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다. 또한 우호적 M&A는 줄어든 반면 적대적 M&A는 2007년 970억 달러에서 2008년 2,110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에 대한 외부주주들의 간섭으로 회사의 장기이익추구에 어려움을 느끼고, 내재적 가치보다 낮게 회사가 매각되는 것을 우려한 경영진들이 안정된 경영권 유지를 위해 포이즌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 비율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의 포이즌필 도입과 사용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한 경영 사안이다.

반면 단기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일부 주주들은 경영진이 채택한 포이즌필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과연 경영진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회사법상 의무가 있는지가 최근 미국 법조계의 쟁점이다. 경영진은 회사의 장기이익 극대화를 위해 일부 주주의 단기이익 추구요구에 대항해야만 하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이 미국 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회사 전체 또는 주주 전체의 장기이익 극대화라는 회사법상 의무에 기초해 대처할 수 있다. 즉 미국에서의 포이즌필은 회사 전체의 장기이익에 상반되는 경영권 위협과 주주행동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정관변경(주주총회 특별결의)이 있어야만 포이즌필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한 상법 개정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물론 포이즌필 도입의 결정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그것도 특별결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할 경우 이사들의 권한남용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건을 상법에서 규정하여 강제하게 되면 오히려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치파괴적인 적대적 M&A의 대부분은 예기치 못한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하므로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포이즌필을 사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우므로 적대적 M&A가 모든 주주와 회사 전체의 장기이익을 명백히 훼손하는 경우라도 포이즌필을 사용할 수 없다. 포이즌필 사용 자체가 상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회사법 차원에서 이사회가 주주총회의 관여 없이 포이즌필의 도입과 사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주총회의 관여 여부는 이사회가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포이즌필을 사용했는지를 사법부가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적법성 판단’의 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다. 따라서 주주총회 결의, 특히 특별결의를 거쳐 포이즌필 사용에 대해 주주들의 동의를 미리 받아둔 경우 법원은 경영진의 포이즌필 사용의 적법성을 폭넓게 인정해 준다. 그러나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포이즌필 사용 여부를 결정한 경우 그 자체만으로는 회사법 위반이 아니지만 이사들은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즉 포이즌필 사용이 회사와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사실을 법원에서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만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법원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상법 개정안처럼 사전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면 이러한 설득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강제적 개입이 아닌 ‘부드러운 개입’ 필요

이사회의 포이즌필 사용에 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여 이사들의 권한을 통제할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법 개정안처럼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엄격한 사전적 요건을 모든 기업에 부과하여 획일적이고 극단적인 형태로 반영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를 막기 위해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여 경영에 간섭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2)

따라서 일본처럼 회사법 차원에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포이즌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 주고, 주주들의 관여는 회사법이 아닌 행정부의 지침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이러한 지침이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포이즌필을 사용하고 있고 일본 사법부도 이러한 경우에 정당성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상법 개정안처럼 당연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법 차원에서 이사회의 결의만으로 포이즌필의 도입ㆍ사용을 가능케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회사법상 포이즌필의 사용가능성 자체가 오히려 외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주어 회사가치를 하락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기업들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정관에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서만 포이즌필을 도입ㆍ사용할 수 있다거나 아예 포이즌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면 된다. 물론 정관변경 요건인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즉 현재의 상법 개정안처럼 모든 기업들이 자신들의 정관에 근거규정을 마련해야만 포이즌필을 도입할 수 있도록 강제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포이즌필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경영여건과 자본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법적으로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보통결의를 거쳐 포이즌필을 도입ㆍ사용할 것이다. 그래야 사후적으로 사법부에서 정당성 판단을 받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후적으로 포이즌필 사용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사들은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포이즌필을 사용할 회사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막대한 손해배상을 지불해야만 한다. 회사법에서 주주들의 관여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포이즌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정말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포이즌필을 사용하는 이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사들이 있다면 자신들의 포이즌필 사용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입증할 확신이 있는 경우일 것이다.

기업들이 스스로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포이즌필을 사용하는 경우와 법적으로 강제해서 그렇게 하는 경우는 분명 다르다. 이사회의 포이즌필 사용에 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지금의 상법 개정안처럼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엄격한 사전적 요건을 부과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입법에 의한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개입보다는 행정부의 지침과 사법부에 의한 “부드러운 개입3)”을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sh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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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akeover Defenses and Shareholder Activism in an Economic Decline”, Goodwin Procter, January 21,

2009 참조

2) 대표적으로 William W. Bratton, Michael L. Wachter, “The Case Against Shareholder Empowerment”,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February, 2010.

3)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용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베스트 셀러였던 『넛지(Nudge)』에서 차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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