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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상 징벌배상책임의 적용범위확대의 문제점


우리나라 하도급법은 정부주도형 산업구조가 민간주도형 산업구조로 전환되는 시점인 1984년 제정된 것으로 전형적인 정부주도형 산업체제의 유물이다. 또한 이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의 대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만큼 수급사업자를 강력히 보호하는 법률로서 사업자 간의 거래를 규제하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법률이다.


그럼에도 지난 10일 국회정무위를 통과한 하도급법 개정안은 2011년 도입된 기술탈취 및 이용에 관한 징벌배상제의 적용범위를 하도급거래 전반에 걸쳐 적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2011년 3월 성문법계 최초로 기술탈취 및 이용에 대한 징벌배상제를 도입할 당시 문제점으로 제시되었던 입법적 결함부분에 대한 보완책들은 제시되지 않고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그 한도액을 증액하는 개정안들만 발의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들이 남는다.


물론 하도급법 개정하고자 하는 데에는 충분한 정황적 요인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제도라는 것은 한번 도입되면 상황이 변하더라도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그 부작용들을 다각도에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 유례없는 엄격한 하도급법, 되려 대중소기업 상생 저해, 탄력적인 하도급법 마련으로 과다징벌 피해야


따라서 금번 징벌배상제 적용확대와 관련하여서는 다음의 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징벌배상제는 악의적인 위법행위에 대하여서만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여전히 경과실의 경우에도 적용되도록 하고 있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둘째, 징벌배상제는 존재하지 않는 보호법익에 대한 배상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항상 남용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판례를 통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악의를 입증해야 징벌배상이 인정되지만, 최근 발의된 개정 법안에서는 원사업자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형평의 법리에 어긋난다.


셋째, 미국의 경우 법정에서의 심리를 통하여 각 사건마다 징벌배상을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해야 책임이 인정된다. 그러나 하도급개정안에 따르면 구체적인 사유가 확인되지 않아도 징벌배상책임을 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법치주의의 핵심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넷째, 현행 하도급법 자체만으로도 현실과 괴리감이 너무 큰 법률이어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하여 볼 때 우리나라 입법제도에 대한 저평가가 우려된다.


다섯째, 하도급개정안이 입법적으로 실현된다면 대중소기업상생을 실천하는 선의의 원사업자들이 국내 수급사업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까 우려된다. 오히려 법개정을 통해 이러한 선의의 사업자들이 더욱 더 많이 자생적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여섯째, 우리 하도급법은 현행규정만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다. 즉, 하도급 대금의 2배 벌금, 하도급대금의 2배 과징금, 시정명령 모두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추가로 징벌배상한도액을 상향조정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과다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 하도급법은 입법모델인 일본의 하청대금지불지연등방지법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민사법의 기본원칙을 왜곡시킨 법률로서 1984년 제정당시 군사정부시절이라 가능했던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행 징벌배상규정 역시 입법론적으로 많은 결함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보완하기보다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배상한도만 늘리는 법 개정은 문제해결보다는 국내하청업체들의 일감만 빼앗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한 이번 발의된 하도급법 개정안이 입법적으로 실현되는 경우 오히려 실질적으로 어려워지게 될 기업들은 대기업인 1차 원사업자가 아니라 2차 협력사와 3차 협력사의 지위에 있는 중소 하청원사업자들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중소 원사업자들이 징벌배상을 해야 할 사태가 발생하면 당연히 하도급대금의 2배 벌금, 2배 과징금, 시정명령 등도 부과하도록 법률이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 설령, 법원이나 공정위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이들을 면책시켜 주고자 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어 중소 원사업자들이 생존할 길은 없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무위를 통과한 하도급법개정안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수정시 실손해액을 초과하여 받은 배상액을 국고로 귀속시키고, 정부는 해당금액을 기반으로 ‘하도급거래손실보전기금’을 조성하여 경기변동으로 인한 하도급손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새로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법위반에 대한 제재도 너무 엄격하다. 일본이 단지 하청대금지급에 대한 권고와 50만엔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고, 부당하도급행위에 대하여 수급사업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만 인정하는 유럽과 미국과 비교해 보면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정무위를 통과한 개정안을 수정하여 징벌배상이 부과되는 하도급거래에 대하여는 과징금부과규정을 삭제하는 입법적 노력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shchu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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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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