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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FTA,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4월 30일 상하이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지난 7년간 연구기관 간 연구 및 산관학 공동연구가 추진되었고, 수차례 중국 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던 한ㆍ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를 조만간에 마무리하고, 양국 간 협상이 금년 말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게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지 회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경제적인 파급영향이 크고, 민감한 분야가 많은 FTA 협상은 주로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ㆍ일 FTA와 한ㆍ미 FTA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고, 한ㆍ중 FTA도 이 범주에 속한다. 차이가 있다면 일본 및 미국과의 FTA 협상은 상대국과의 관계에 맞춰 협상 추진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고, 한ㆍ중 FTA는 한ㆍ미 FTA 비준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카드 차원에서 언급되었다는 점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ㆍ중 FTA 추진을 요청해 왔던 중국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 이후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한ㆍ중 FTA가 미국 측을 자극하기 위해 이용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했던지 열흘 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한ㆍ중 FTA 검토를 지시했지만, 중국 측을 고려한 ‘물타기 용’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한ㆍ중 FTA 추진의 필요성은 쉽게 수긍이 간다. 미국과 일본보다 더 많은 액수의 수출대상국이 중국이고, 금년 1월 시작된 중국과 대만 간 FTA가 오는 6월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위관계자의 언급과 같이 미국의 한ㆍ미 FTA 비준을 유도함에도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ㆍ중 FTA를 추진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만으로 협상 추진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과의 FTA 협상 방식이다. 미국과의 FTA 협상은 논리적 근거에 따른 기싸움이었기에 상대적으로 협상타결이 용이하였다. 하지만 중국과의 협상은 기존 원리가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더구나 경제외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를 압박할 가능성도 높다.


둘째, 농업개방 부담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한ㆍ미 FTA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농업품목은 쇠고기와 감귤류에 한정되지만, 중국산 농산물은 고추ㆍ마늘ㆍ양파ㆍ참깨 등 양념류와 축산물, 과실 등 다양할 것이다. 축산물과 과일 수입은 검역(SPS) 규제를 통해 당분간 막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규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FTA 협상에서 중국 측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려 들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농가들이 자가소비 및 판매 목적으로 양념류 농사를 짓고 있고, 중국산 농산물 수입을 줄이기 위해 높은 수준의 조정관세를 부과해 왔다는 점은 농업부문의 부담의 크기를 새삼 짐작케 한다.


셋째, 중국 고유의 사회주의적 경제제도와 연계된 비관세장벽을 완화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 가공특구에 많이 진출한 것은 중국의 저임금 노동자를 활용하려는 목적 외에도 중국 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러한 비관세장벽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ㆍ중 FTA 협상에 거는 가장 큰 기대사항이 바로 중국식 비관세장벽 완화인데 이를 받아내는 것이 결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FTA 협상은 고도의 전략과 심리전의 연속이므로 이러한 우려사항을 중국 측에게 각인시키고 협상개시 전에 사전양보를 받아내는 데 한ㆍ중 FTA에 대한 대통령의 첫 언급이 전략적으로 활용되어야 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의 FTA 추진에 안달이 났던 중국 수뇌부가 한ㆍ중 FTA 추진 시 농업문제에 대해 특별 고려를 해주겠다고 언급했지만 이제부터는 한국 측의 필요성에 의해 한ㆍ중 FTA 추진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중국이 농업협상에 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 후유증에서 벗어나 정부가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상대국과의 신뢰를 축적하면서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한ㆍ일 FTA보다 한ㆍ중 FTA를 먼저 추진하도록 대통령이 지시함으로써 정책담당자의 정책재량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한ㆍ중 FTA 협상전략 수립에 한계를 지우게 된 것은 아쉽다. 더 나아가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 직후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중국 카드를 끌어들여 자국을 압박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 미국 측이 당황해 했다는 후문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FTA를 착실히 검토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협상 여부 및 개시 시점을 논의해 왔어야 했고, 중국과의 FTA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한ㆍ일 FTA 및 한ㆍ중ㆍ일 FTA도 일정수준 진전시켜야 했다. 조용하면서도 진지하게 이들 국가와의 FTA를 검토하는 것이 미국 측의 한ㆍ미 FTA 비준을 유도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중국과의 FTA 산관학 공동연구가 종료되어도 협상이 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양국 간 실무협의 절차가 이어질 것이고, 이 협의에서 공식협상 개시를 양국 정부에 건의함으로써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협상의 큰 틀을 짜고 주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양국의 입장을 사전 조율함으로써 실제 협상이 무리 없이 용이하게 진행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사)FTA활용포럼 대표, inkyo@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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