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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편의주의에 빠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안


오는 4월 14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하 ‘법’)의 시행을 앞두고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제정안(이하 시행령(안))이 발표되었다. ‘법’이 향후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의 새로운 축을 형성할 ‘저탄소’와 ‘녹색성장’에 대한 밑그림을 다소 선언적 방식으로 제시한 반면, 시행령(안)은 이에 대한 세부적 실행방안을 담고 있다. 법 제정과정에서 정부 부처ㆍ업계ㆍ환경단체를 포함한 이해당사자 간에 민감한 내용의 대부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것에서 이미 예고된 바와 같이, ‘저탄소’와 ‘녹색성장’에 대한 선언적 밑그림이 우리의 경제생활에서 어떠한 변화와 비용을 수반할 것인가는 시행령(안)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행령(안)’이 ‘법’에서 이월시킨 핵심 쟁점들을 포괄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시행령(안)의 쟁점사항을 검토해 보면 시행령(안)이 ‘법’ 제정과정에서 논란이 된 갈등요인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정책 및 관리방안을 모색하였다기보다는 정부부처 간의 행정편의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시행령(안)의 주요 쟁점사항


시행령(안) 가운데 민간에 대한 규제조항과 논란의 대부분은 ‘제5장 저탄소 사회의 구현’(제23~36조)에서 다루어진다. 시행령(안)의 가장 중요한 민간 측 이해당사자인 산업계는 중복규제, 불필요한 기업정보 공개 요구, 관리업체 선정방식 등 대부분의 핵심조항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관리업체’를 대상으로 한 관리지표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에너지 절약 목표 및 에너지 이용효율 목표 등의 세 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이는 이미 ‘법’ 제42조에서 조문화된 것이다. 시행령(안)은 ‘관리업체’가 세 지표별 목표달성을 위한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지식경제부장관과 환경부장관에게 제출하여 승인받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업장별로 온실가스 및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명세서를 작성하여 관련 중앙행정기관뿐 아니라 정부출연기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명세서에 기재해야할 항목은 사업장에 대한 일반현황뿐 아니라 생산공정별 투입ㆍ배출ㆍ효율ㆍ가동 현황, 사용설비 등 사업체 설비와 가동에 대한 일체의 데이터를 포괄한다.


관리업체별로 하나의 관리지표만을 지정


‘저탄소 사회의 구현’을 위해 기업에 부과된 관리방식과 절차에 나타난 문제점은 명확하다. 관리지표의 선정에 있어서는 서로 관련되어 있는 지표를 이중삼중으로 선정한 데 따른 중복규제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법’이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를 동시에 관리지표로 지정한 이유는 에너지 소비에 따른 배출계수의 표준화 정도가 업종별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관리비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세 지표를 동시에 관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규제의 효율화에 앞서 편의성만을 우선시한 결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배출계수의 표준화가 가능한 업종의 경우에는 에너지 관련 관리지표로 온실가스에 대한 감축목표를 대신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투입대비 배출이 설비와 기술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업종이라면 에너지 관련지표를 관리대상에 포함시키기보다는 온실가스에 대한 직접적 관리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관리부처 일원화 및 창구단일화 필요


관리지표와 마찬가지로 주무부처 역시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되어 있어 이후 목표관리의 절차와 승인에 있어 혼선과 과잉규제가 예상된다. 주무부처 지정은 사실 ‘법’에 규정되어야 할 핵심사항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 당시 부서 간 이해충돌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정부’라는 문구로 대체된 바 있다. 시행령(안)은 부서 간 업무와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였다기보다는 ‘법’에서 예견된 갈등의 소지는 그대로 둔 채 관련 부서를 모두 포함시키는 형태로 정부부처 간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규제비용은 결국 관리대상인 민간 기업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주무부처의 문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를 포괄할 것이 아니라 관리대상ㆍ관리지표ㆍ정책수단의 종류 등에 따라 관할 부서를 명시하고 나아가 관리 창구를 일원화해야만 할 것이다.


정보유출 시 처벌규정 강화


이행계획 및 명세서의 구성항목 역시 규제의 효율과 규제비용의 최소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가능한 모든 관련 데이터를 포함시킴에 따라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업장의 공정별 설비, 가동률, 투입 현황 등은 기업의 주요 기밀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명세서와 이행계획에 기재된 원자료가 합의된 범위를 넘어 외부로 유출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보안규정은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명세서가 요구하는 정보의 범위가 기업의 영업비밀로 간주되는 수준까지를 포괄하는 만큼 정보유출에 대해 충분히 징벌적인 규정이 명문화되어야만 정책시행에 따른 민간 관리업체의 규제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기반 및 민간 주도의 기본원칙이 강화되어야


‘법’은 입법의 목적을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제1조)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시장기능의 활성화와 민간주도(제3조 2호)를 내걸고 있다. 적어도 현 시행령(안)은 관리지표, 관할부서, 관리절차 등 핵심사항에 있어 이러한 원칙보다는 행정편의에 의해 입안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법’이 명시한 기본원칙이 시행령에서 보다 철저하게 관철되어야만 저탄소 녹색성장의 추진이 초래할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화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s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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