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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도 부가가치 창출을 추구하여야


최근 빈곤국에 대한 국제원조의 한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저명한 경제학자 글렌 허버드(Glenn Hubbard)와 윌리엄 더건(William Duggan)은 저서 『원조의 덫(The Aid Trap)』에서 지난 수십 년간 빈곤국에 대한 원조가 해당 국가들을 빈곤에서 탈출시키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빈곤국의 정부나 NGO 프로젝트에 지원되는 원조는 그 나라를 빈곤으로부터 탈출시키지 못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빈곤에서 탈출하려면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민간부문, 즉 기업의 발전에 의해서만 가능하므로 원조가 민간부문 육성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그 원조는 빈곤 탈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지이다. 또 빈곤국 정부는 국제기구 또는 선진국들로부터 막대한 원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려고 하지 않고 부패하기도 쉽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원조금을 정부와 NGO 프로젝트에 주는 대신 민간부문을 육성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경제성장을 촉진시키지 못하는 원조는 수혜국의 여건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혜국의 처지를 벗어나게 할 수는 없다.


경제성장이란 부가가치의 증가이며, 부가가치란 말 그대로 추가적인 가치의 생산이다. ‘A’라는 양을 투입하였을 때 ‘A’보다 큰 ‘B’, 즉 ‘A+α’가 산출되었을 때 우리는 부가가치가 생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갑’이라는 부문의 자원을 빼서 ‘을’이라는 부문에 투입을 하였을 때 ‘을’ 부문에서 생산한 양이 투입량(갑에서 가져온 양)보다 커야 부가가치가 생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부가가치가 생산되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가 없으며 부가가치가 생산되지 않는 자원의 이동은 단순한 재배치와 다를 바 없다. 경제성장의 지표인 GDP가 부가가치의 합으로 정의됨을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국제원조도 부유국으로부터 빈곤국으로의 단순한 자원 이전에 그치면 ‘제로섬(zero sum)’에 지나지 않는다. 원조를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생산적 활동이 추가되어야만 ‘플러스섬(plus sum)’이 되고 이것이 빈곤 탈출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결국 원조도 생산적으로 구현되지 못하면 긍휼의 정신은 남을지 몰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목격하는 형평성을 추구하는 상당수의 정책에도 국제원조에 관한 논의를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형평 또는 분배를 위한 정책도 단순한 자원의 이전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 되어야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세종시 수정안의 무산은 상당히 안타까운 사건이다. 기업유치ㆍ과학단지의 조성과 정부부처의 이전의 두 경우를 비교하였을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는 명확하다.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서울에 있는 자원을 지방으로 재배치하는 사실상의 제로섬 정책이다. 게다가 이로 인해 야기될 행정 비효율을 생각하면 제로섬은커녕 ‘마이너스섬(minus sum)’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균형발전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단순한 자원의 재배분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보다 생산적인 방안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포퓰리즘 정책은 플러스섬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즉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은 종종 득세를 한다. 특히 정책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유인이 많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빈번할수록 사회는 발전적 동력을 점차 잃게 된다. 세종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택을 보면서 우리도 그런 사회로 내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애초에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생산적이지도 못한 정책을 대안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채택하는 현재의 정치상황이 씁쓸할 따름이다. 게다가 최근 친중소기업ㆍ친서민의 기치를 내세운 정부의 정책마저 포퓰리즘적 성격을 강하게 내비치면서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단기적으로는 혜택을 입는 계층 또는 집단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 플러스섬을 추구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t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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