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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채용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 구매자


국회청문회나 국정감사장에 국회의원들이 기업체 대표자들을 불러다 놓고, 해고 자제를 요청하거나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을 종용하는 등 기업체 대표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국회의원들이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것이 실직자의 아픔을 걱정하는 선의에서 나온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얼핏 보면 표면적으로는 노동자들에게 해고 통지나 복직 통보를 하는 것이 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이므로 해고나 복직도 회사 대표자의 개인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즉, 기업체 사장이 마음만 먹으면 해고하려던 노동자에게 계속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해고했던 노동자를 복직시킬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정부는 실업자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우리나라 모든 기업체 사장들로 하여금 채용 규모를 예컨대 3%만 늘리라고 요구하면 실업자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해서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정부가 실업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국회청문회나 감사장에서 기업체 사장을 압박하면 일시적으로 해고 노동자 몇 명을 복직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해직자 문제를 그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비료제조회사 사장에게 농민들의 딱한 처지를 위해 손실을 보면서라도 비료를 원가 이하 가격에 납품하라고 요구하면 한 두 차례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는 해고 금지나 해고자 복직문제가 기업체 사장의 팔을 비틀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님을 뜻한다.


노동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구매자, 채용시장 규모를 확대하려면 경기활성화 거시정책을 촉구해야


‘시장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수요공급원리에 의하면, 노동시장에서 임금이 상승하고 고용 규모도 증가하려면 노동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 수요는 제품시장의 파생수요(derived demand)이다. 제품시장에서 수요가 많아지면 그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의 노동 수요가 증가해서 그 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고 고용 규모도 증가한다. 이 원리는 어느 회사에서 임금을 올리고 고용 규모를 증대시키려면 그 회사가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 수요가 증대해야만 가능하다는 매우 중요한 정책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과 고용 규모를 증가시키라거나 임금 인하 없이 고용 규모를 증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장의 법칙에 반하는 것이다.


더욱이 노동 수요가 파생수요라는 원리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얼마의 임금을 지급하고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회사 사장이 아니라, 그 회사 제품을 사들이는 구매자(buyers)라는 것이다. 구매자들이 그 회사 제품을 외면하면 아무리 사장이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고용 규모를 증대하고 싶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기업체 사장이 국회 청문회나 감사장에 자주 불려 나가거나, 소위 ‘희망버스’를 타고 간 NGO 단체들이 해당 회사 공장 앞에서 과격하게 시위하는 광경이 국내외 매스컴에 자주 등장할수록 해당 회사 제품을 구매하려는 국내외 구매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것이다. 그러면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 수요 역시 감소해서 ‘희망 버스’는 ‘절망 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공급원리를 ‘시장의 법칙(Law of Market)'이라 부르는 이유는 마치 우주 삼라만상이 중력의 지배를 받기에 ‘중력의 법칙(Law of Gravity)'이라 부르듯, 시장경제가 수요공급법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이는 중력의 법칙이 어느 개개인의 의도에 따라 작동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시장의 법칙도 어느 개개인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그러므로 노동시장에서 임금이나 고용 규모도 기업체 사장 개인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기업의 채용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싶다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나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줄여 원가 절감을 가능하게 하거나, 우리나라 기업체가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는데 따른 제도적 장벽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투자를 증대시킬 환경을 조성해주거나 재정통화 정책당국에게 통화증발이나 적자재정 등 경기활성화 거시정책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jsonny@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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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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